제25화
소지헌은 열이 내린 뒤 정신을 차렸으나 기력이 없었다. 이때 조하연이 죽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소지헌은 죽을 건네받지 않고 약간의 기대 어린 눈빛으로 조하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시간이 다 되었사옵니다.”
조하연이 소지헌의 옆에 있던 탁자 위에 죽을 내려놓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소지헌의 눈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지기 시작하며 종국에는 암울한 고요만이 남았다.
“끝내 가려는 것이냐?”
소지헌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조하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허락하지 않겠다면?”
소지헌은 조하연을 빤히 바라보며 마지막 발악을 했다.
조하연은 소지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소매 안에서 비수를 하나 꺼내 죽 옆에 내려놓았다. 그것은 한때 그녀가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던 비수였다.
“그럼 전하께서는 시체를 얻게 될 것이옵니다.”
소지헌은 비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들어 한없이 평온한 조하연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별안간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낮은 웃음소리에서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졌다.
“그래... 그래...”
소지헌은 베개 아래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 비수 옆에 놓았다.
“심정우는 이미 풀어주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집에 도착해서 딸을 만났겠지.”
조하연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이 병 안에는 상사단장이라고 불리는 독이 들어있다.”
소지헌은 병을 만지작거리며 공허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 독을 먹으면 열두 시진 뒤에 반드시 죽게 된다. 해독약이 없지. 나는 숙부님의 아이를 세자로 책봉할 것이다. 조서는 편전에 두었다. 만약 네가 이 별궁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면.”
소지헌은 광기와 절망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조하연을 바라보았다.
“당장 이 독을 마실 것이다. 나는 내뱉은 말은 꼭 지킨다.”
조하연은 병과 소지헌을 번갈아 보았다.
소지헌은 안색이 창백하고 눈은 퀭했으며 고열과 격해진 감정 탓에 입술까지 거칠어져 아주 초췌하고 처연해 보였으나 그의 두 눈은 유난히 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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