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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방금 진우빈이 자신이 기력 레벨을 가진 순수 인간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 흥분한 모습을 떠올린 윤초원은 자신이 실험용 쥐 취급을 받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 그렇게 쉽게 믿을 리가 없지.’ 하지만 그녀는 어느 연맹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진우빈의 말에서 여성체의 특수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일단 백호 연맹으로 따라온 것이었다. “윤초원 아가씨. 긴장하지 마세요. 여긴 백호 연맹의 병원입니다. 저는 의사예요. 아가씨는 안전합니다. 우빈 소령님이 아가씨를 데려오셨죠. 소령님 말씀으로는 아가씨가 숲에서 혼자 발견되었고 혹시나 괴롭힘을 당했을까 봐 내상 검사를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어느 연맹 출신이신가요? 아가씨에게 칩이 이식되어 있지 않아 신원 정보도 없네요.” 흰 가운을 입은 남성체는 태블릿 같은 기기를 들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윤초원은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흰 가운을 입은 남성체는 윤초원이 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더 묻지 않았다. 그는 문밖으로 나가 다른 남성체를 불러 무언가를 말한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장비를 통해 윤초원의 상태를 관찰하며 태블릿에 기록을 남겼다. 얼마 후, 진우빈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의 뒤에는 또 다른 남성체가 따라오고 있었다. “성주야, 이분이 내가 말한 기력 레벨을 가진 순수 인간 여성체이야. 비록 최하위 F급이지만.” 진우빈은 곁에 있는 남성체에게 말했다. “우빈 소령님, 성주 대장님.” 흰 가운을 입은 남성체는 공손히 인사했다. “음, 윤초원 아가씨 상태는 어때?” 육성주는 침대 위의 윤초원을 몇 번 훑어보며 무심코 물었다. “윤초원 아가씨는 신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긴장이 많이 되어 있는데 아마 충격을 받으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남성체는 윤초원의 검사 결과를 진우빈과 육성주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소령님 말씀대로 윤초원 아가씨에게 미약한 기력 레벨 파동이 확인됩니다. 현재까지 기력 레벨을 가진 유일한 순수 인간 혈통 여성체죠.” 흰 가운을 입은 남성체는 계속 설명했다. 윤초원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 대장이라는 남성체는 진우빈보다 훨씬 더 똑똑해 보였다. 옆의 기계에서 삐 소리가 나자 흰 가운을 입은 남성체가 확인했다. 윤초원의 긴장도가 더 올라간 것이었다. 그는 윤초원이 낯선 남성체들을 보고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했다. 일부 여성체들은 성격이 내성적이라 낯선 이들을 만나면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법이다. “윤초원 아가씨,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흰 가운을 입은 남성체가 달래듯 말했다. “이분은 아가씨에게 악의가 없습니다. 이분은 우리 백호 연맹의 총사령관 육성주 대장님이세요. 백호 연맹 유일의 SS 급 기력 레벨 소유자입니다.” ‘유일한 SS 급 기력 레벨 소유자라, 꽤 대단해 보이는데...’ 윤초원은 육성주를 관찰하며 입을 열지 않았다. 즉 이 수인이 백호 연맹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는 뜻이었다. “맞아, 육성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겁내지 마.” 진우빈은 히죽 웃으며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다가갔다. 오기 전에 그는 이미 육성주와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윤초원의 보호자가 되고 싶다고. 육성주도 동의했다. 하지만 윤초원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진우빈은 자신만만했다. 어차피 윤초원은 자기 등에 업혀 잠들었고 자신이 업어주는 것도 허락했으니 당연히 보호자로 선택해 줄 거라 생각했다. “윤초원 아가씨, 두려워하지 마세요.” 육성주는 한 걸음 다가가며 말했다.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가씨는 안심하고 우리 백호 연맹에 머무르셔도 됩니다. 보호자가 없으시다면 제가 적절한 보호자와 거처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백호 연맹에서 여성체들이 누리는 특권과 경제적 지원도 아가씨께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 백호 연맹은 어떤 연맹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는 없습니다.” 육성주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연한 파란색 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아가씨께서는 칩 이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아가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고 백호 연맹 내 신원도 확인되니까요.” 육성주는 미소를 지었다. 윤초원은 그의 미소를 보며 속으로 의심을 품었다. 이 미소가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 ‘아마 이 수인은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모양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머무를 곳이 필요해. 보호자 문제는...’ 윤초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우빈을 가리켰지만 여전히 입은 열지 않았다. 방금 시스템이 검사한 결과, 이 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 시대의 일반적인 칩일 뿐이었다. 그래서 윤초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는 육성주가 단지 자신을 의심할 뿐,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진우빈도 말했듯이 남성체는 여성체를 해칠 수 없으니까. “히히.” 진우빈은 여전히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윤초원이 자신을 선택할 거라 확신했다. “진우빈을 보호자로 원하시는 건가요?” 육성주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윤초원은 눈을 깜빡이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진우빈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진우빈은 단순해 보이고 함께 지내기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백호 연맹의 여성체는 다섯 명의 보호자를 가질 수 있습니다.” 육성주는 칩이 든 상자를 흰 가운을 입은 의사에게 건네며 천천히 덧붙였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표정이 평온했지만 속으로는 크게 놀랐다. 육성주가 준 건 백호 연맹의 최고 등급 칩이었기 때문이다. 연한 파란색 칩은 현재까지 SS 급 기력 레벨을 가진 나지연만이 소유하고 있었다. ‘백호 연맹의 모두가 대장님과 나지연 아가씨가 결혼할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네.’ “다섯 명이요?” 윤초원은 너무 놀라 더 이상 연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바로 입을 열었다. “네, 백호 연맹의 여성체 수는 다른 연맹에 비해 훨씬 적어서 여성체들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 여성체에게 다섯 명의 보호자를 배정합니다.” 육성주는 윤초원의 반응에 놀라지 않은 듯 계속 설명했다. “아가씨는 특별한 여성체예요. 순수 인간이면서 기력 레벨까지 있으니 더 강력한 남성체들이 보호해야 합니다. 아가씨가 원하신다면 저도 아가씨의 보호자가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나오자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진우빈이 동시에 육성주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마음속 추측이 맞았다는 생각에 눈가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전투밖에 모르던 대장님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시는 건가? 흥분되네!’ 그들이 의아해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육성주는 여성체들에게 항상 온화하고 친절했지만 직접 어떤 여성체의 보호자가 되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이전에 나지연이 직접 물었을 때도 단호히 거절했었다. “육성주? 너도 윤초원 아가씨의 보호자가 되겠다는 거야?” 진우빈은 방금까지 드러내고 있던 이빨을 슬며시 접으며 이상한 시선으로 육성주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위기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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