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입 무거운 남자주인공
‘버리라고?’
이건 그저 평범한 실크 원피스가 아니라 서운장의 실크 원피스였고 그녀가 아는 한, 가장 저렴한 것도 천만 원은 훌쩍 넘는 가격이었다.
더욱이 지금 그녀 손에 들린 실크 원피스는 원단의 질감과 색조만으로도 고가로 주문 제작한 옷임을 알 수 있었다.
심가희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곽지환은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나는 줬던 물건은 절대 다시 안 받아. 마음에 안 들면 버려.”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 아니잖아.’
심가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말은 너무 귀해서 받을 수 없다는 거예요.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같은 말이잖아.”
곽지환이 말을 자르자, 심가희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같은 말이야?’
그때 곽지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사 가는 거야?”
심가희가 뒤를 돌아보니 반쯤 열린 문 사이로 그녀가 정리해 놓은 캐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내일 떠날 때 편하게 가지고 나가려고 문 앞에 둔 것이었는데, 곽지환에게 들켜버린 모양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내일 아침에 다시 곽도현의 저택으로 돌아갈 거예요.”
“이 정도 소란 피웠으면 돌아갈 때도 됐지.”
빈정대는 그의 말에 가슴이 답답해진 심가희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맞받아쳤다.
“그래요. 마침 서로 얼굴도 보기 싫어하는 사이인데 잘됐네요.”
말을 마치고 심가희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의 손에 여전히 선물 상자가 들려 있는 것을 깨달았다.
쓰레기통을 바라보던 그녀는 망설임 없이 상자를 던져 넣고는 침실로 향했다.
두어 걸음 걷다가 멈춰 선 심가희는 다시 쓰레기통 앞으로 돌아와 상자를 주워 올렸다.
‘이렇게 귀한 걸 왜 버려.’
다음 날 오전, 심가희는 캐리어를 끌며 문을 나섰다. 그녀는 건너편의 닫힌 현관문을 흘깃 보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짐을 트렁크에 넣은 심가희는 곽도현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녀가 돌아가기만 한다면 소송을 취하할 것인지 확실히 물어볼 참이었다.
번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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