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곽지환을 오해하다
곽지환이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자, 심가희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으로 돌린 뒤였다.
“연구원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곽지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는 병실을 나섰다.
“나도 별일 없으면 먼저 가볼게.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던 여진성은 어머니의 부탁이 떠올라 말을 이었다.
“엄마가 너더러 내일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으래.”
“내가 가길 바라?”
강지윤은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곧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이미 그에게 어떤 기대도 품지 않기로 마음먹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랜 짝사랑이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내 마음이 무슨 상관이야? 다리가 내 몸에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여진성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올 생각이 있으면 엄마한테 전해둘게.”
최근 그녀를 향한 여진성의 관심을 떠올린 강지윤은 표정이 누그러지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까지 떠올랐다.
“생각해 볼게.”
여진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
“가희야, 네 말이 맞았어. 내가 여진성을 오해했나 봐. 이번 일이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닌 거 같아.”
강지윤의 얼굴에 잠깐 감동이 비쳤다.
“이번 일로 여진성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거야?”
심가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다고 해야겠지.”
갑자기 강지윤은 소파 위에 놓인 여진성의 핸드폰을 발견하고는 급히 집어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심가희는 강지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이지.'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강지윤이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눈가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핸드폰 돌려주러 간 거 아니야. 무슨 일 있었어?”
심가희가 의아해하며 묻자, 강지윤은 힘껏 자기 눈을 비비며 말했다.
“개가 똥을 끊겠어? 다시는 여진성을 믿지 않을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심가희는 물티슈를 꺼내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방금 여진성이 한 여자와 함께 산부인과 진료실에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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