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우리 헤어져요
‘이 교수님이 이미 엄마한테 약을 넣어준 건가?’
심가희가 간호사에게 물으려 하자 최유진이 미안한 얼굴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가희 언니.”
“친구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는데 뇌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요... 신약을 써보면 나을 거라고 해서 내가 삼촌한테 약 먼저 쓰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 말에 심가희는 두 주먹을 꽉 말아쥔 채 소리 질렀다.
“그거 이 교수님이 우리 엄마한테 쓰려고 남겨뒀던 약이야!”
그녀는 분노어린 눈으로 최유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알아요 나도. 하지만 아주머니는 20년이나 누워계셨는데도 못 일어나시잖아요. 하루 약 못 쓴다고 뭐가 달라져요? 친구 어머니 상황이 위급해서 먼저 쓴 거잖아요. 그것도 이해 못 해줘요?”
자신을 융통성도 없고 배려심도 없다고 질책하는 최유진에 심가희의 분노는 극에 달해버렸다.
“병실에 20년 동안 누워있는 게 너였어도 그렇게 선뜻 약 양보할 거야?!”
심가희는 20년 동안 매일같이 엄마가 깨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신약이라는 걸 얻어내서 이젠 정말 엄마가 깨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최유진이 또 코앞에서 그 기회를 채간 것이다.
교통사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식물인간들을 위해 개발한 신약을 가져갔다는 건 최유진이 일부러 심가희를 노리고 한 짓이 분명했다.
“심가희,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유진이가 아프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앞으로 한 식구가 될 사이인데 말 좀 예쁘게 못 해?”
곽도현 앞에서는 서운한 척 눈꼬리를 늘어뜨리더니 그의 눈을 피해서 입꼬리를 올리는 최유진에 심가희는 이성이 끊기는 것만 같았다.
“누가 쟤랑 한 식구 한대요?!”
화가 난 심가희가 최유진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둘렀지만 그 손은 그녀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곽도현에게 붙잡혀버렸다.
늘 온화하기만 하던 곽도현이 표정을 굳힌 채 최유진을 두둔하고 있었다.
“누가 더 급한 지 너도 알잖아. 이미 20년이나 기다렸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는 거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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