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너 지금 엄청 위험한 거 알아?

“이렇게 비 맞으면 재밌어?” 우산을 들고 온 이는 곽지환이었다. 굳어있는 그의 얼굴을 본 심가희는 자신의 얼굴에 붙어있는 젖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입술을 말아 물었다. “비를 맞아야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빠가 봐도 나 너무 바보 같죠?” ‘오빠 호의는 이렇게 의심하면서 곽도현한테는 자꾸만 기대하잖아요.’ 곽지환은 심가희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며 답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어.” 눈에 띄게 축 처져있는 심가희를 한번 보던 곽지환이 등을 돌리며 먼저 앞서갔다. “집에 가자.” 그런데 따라오는 이가 없어 고개를 돌려보니 심가희가 제자리에서 휘청거리고 있었다. 눈앞이 희미해지며 몸이 나른해진 심가희가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자 그녀를 지켜보던 곽지환이 재빨리 받아안았다. 그녀의 몸이 손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열기에 곽지환은 다급히 심가희를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심가희.” 곽지환은 이미 기절한 듯한 심가희를 안고 빠르게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심가희의 지문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서둘러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그 안에 심가희를 눕혔다. 따뜻한 느낌에 심가희가 천천히 눈을 뜨자 곽지환은 그제야 욕실을 나갔다. “좀 더 누워있어. 난 가서 갈아입을 옷 좀 가지고 올게.” 여자의 방을 마음대로 뒤지는 게 망설여졌는데 다행히 곽지환은 그녀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 맡에 놓인 잠옷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욕실로 돌아가려던 그는 속옷도 필요하다는 걸 떠올리고는 어쩔 수 없이 심가희의 옷장을 열었다. 한참을 뒤적거리던 그는 찾아낸 속옷을 잠옷 사이에 끼워 넣고는 욕실로 향했다. “갈아입고 나와. 난 밖에 있을게.” 곽지환은 철저히 앞만 보며 잠옷과 속옷을 세면대 위에 올려놓은 뒤 빠르게 욕실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는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결국 주치의에게 연락해 심가희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발열 때문에 그런 거라는 의사의 말에 곽지환은 서둘러 물을 끓인 뒤 구급상자를 찾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아플 때도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