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고마움과 미안함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심가희는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곽지환이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녀와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곽지환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자 곽지환의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마침 좋은 신붓감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곽명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는 다음 달에 결혼하니 사촌 형으로서 뒤처지지 안 되지. 우리 집안에도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가 되었어.”
말을 마친 그는 이내 곽지환에게 말했다.
“지환아, 어머니 말씀 잘 들어라. 좋은 신붓감이 있으면 얼른 결혼하고.”
“네, 할아버지.”
곽지환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심가희는 이상하게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곽지환은 결혼도 멋대로 할 수 없었다. 그의 결혼에 수많은 것이 달려 있었으니까. 정략결혼처럼 이익을 따져야 했다. 그녀도, 곽지환도 결국은 같은 처지였다.
식사가 끝나고 곽성윤 부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러나 곽지환에게는 곽명철의 곁에 남아 조금 더 있다가 돌아오라고 했다.
곽다은은 맡은 사건이 있었던지라 식사가 끝나자마자 떠나버렸다. 곽은영은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약속이 생겼다며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곽정민은 습관처럼 점심을 먹고 난 뒤 팔월과 놀아주었다.
심가희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곽도현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두리번대도 곽도현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했다. 이대로 혼자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커다란 거실에 곽도현의 부모님과 셋이 남게 되었다. 곽동진은 그녀의 아버지 근황을 묻고 나서 이번에는 어머니의 건강 상태에 관해 물었다. 심가희는 전부 대답해 주었다. 그 뒤로 곽동진은 울리는 핸드폰을 들고 조용한 곳으로 갔다.
남편이 자리를 비우자 이영선은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심가희를 보았다.
“결혼하고 나면 우리 집안 며느리가 되니 회사는 그만두어라. 가만히 집에서 도현이 내조만 하면 된단다. 곽씨 가문 며느리는 멋대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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