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거리 두기
고개를 살짝 젖힌 심가희는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 그쪽이 곽도현과는 다른 사람일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똑같을 줄이야. 감정은 그쪽이나 곽도현에게나 그냥 놀다 질리면 쉽게 버릴 수 있는 장난감 같은 건가 보네요.”
곽지환은 그녀를 구해주기도, 도와주기도, 편을 들어주기도 했기에 곽도현과 달리 정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 거로 생각했지만 결국에 그도 같은 사람일 줄은 몰랐다...
심가희는 이런 사람에게 그간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생각에 너무도 가소로웠다. 이내 그를 보며 어딘가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동안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네요. 앞으로 우리 서로 거리를 두고 각자 할 일만 해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단호하게 돌아섰다. 더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온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곽지환의 얼굴에서는 점차 미소가 사라지고 복잡한 감정만 가득 차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는 느긋하게 온실을 나갔다.
...
다음 날.
정리를 끝낸 심가희는 곽도현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
[데리러 갈게.]
그녀는 잠시 미간을 구기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장했다.
[아뇨. 괜찮아요. 그냥 거기서 기다려주면 돼요.]
답장한 후 그녀는 몸을 일으켰고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그녀는 저택으로 들어가 살지 않을 생각이었다. 곽지환의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아무리 곽씨 가문의 권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그녀는 시도해보고 싶었다. 곽도현에게 그녀의 협박이 조금도 먹히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직접 운전하여 곽도현의 저택으로 왔다. 이곳을 떠난 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던지라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의 모든 것은 그녀가 직접 가꾼 것이었다. 정원의 꽃이며 풀이며 전부 그녀가 정성스럽게 관리했었다. 저택의 다른 곳도 전부 그녀가 직접 꾸민 것이다.
거실에 서 있던 심가희는 2층에서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되었다.
“미안,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으러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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