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진정한 사랑
익숙한 목소리에 심가희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회색 코트에 네이비 터틀넥을 받쳐 입은 곽지환이 다가오고 있었다. 격식은 없었으나 귀티가 나는 차림이었다.
“형도 저녁 먹으러 온 거야? 정말 우연이네.”
곽도현은 심가희를 보다가 시선을 돌려 곽지환을 보았다. 무언가 다른 의미가 있는 듯했다.
“업무상 접대가 있었어. 방금 막 끝났고.”
곽지환은 시선을 내려 심가희의 손목을 꽉 잡은 곽도현의 손을 보며 살짝 비아냥대는 어투로 말했다.
“결혼식이 다가오니 두 사람 사이도 깊어지나 보네. 네가 이렇게 대놓고 손잡고 다니는 건 처음이잖아.”
그의 말에 곽도현은 부드럽게 웃었다.
“형은 기억력도 좋네. 맞아, 나와 가희는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히 어디서든 티를 내야 하지 않겠어?”
“그래?”
곽지환은 눈썹을 튕기며 이번에는 심가희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면 심가희 씨는 진정한 사랑과 결혼하게 되겠군.”
‘진정한 사랑이라고...'
그의 목소리에는 조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떻게든 심씨 가문에서 도망치고 곽지환의 도움까지 받아 잠시 숨 돌릴 수 있었다. 심지어 그에게 곽도현이 무조건 자신과 파혼할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하루 만에 그녀는 다시 곽도현의 옆에 서 있었다. 그랬으니 곽지환이 비웃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그녀도 어처구니없어 자신을 비웃고 있었으니까.
심가희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게요.”
곽지환은 아주 작게 비웃었다.
“두 사람을 방해하면 안 되겠네. 난 먼저 갈게.”
“천천히 가. 형.”
곽지환은 몸을 돌려 길가에 멈춰 선 검은색 차로 걸어갔다. 그가 다가가자 운전기사가 나와 문을 열어주었고 말없이 올라탄 후 사라졌다.
“구경 다 했어?”
이때 옆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치고 말았다.
“내가 누굴 구경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곽도현은 그녀의 손목을 더 세게 잡았다.
“방금 아버님 말씀을 잊은 건 아니지? 우리 파혼에 내 동의만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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