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문제없는 설계도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화가 잔뜩 난 최유진이 서 있었다. 최유진은 명품을 온몸에 두르고 킬힐을 신은 채 빠르게 다가왔다. 그러자 하도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휴, 까다로운 분이 왔네. 수정한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올 줄 알았어.”
그의 말을 들은 심가희는 의아한 얼굴로 하도준을 보았다.
가까이 온 최유진은 옆에 있는 곽지환을 발견하게 되었다. 곽지환의 표정은 한없이 차가웠다. 저도 모르게 움찔한 그녀는 원래 다가오자마자 심가희의 뺨을 때릴 생각이었지만 곽지환이 있으니 그러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텃세를 부렸다.
“이미 회사 그만뒀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내 설계도에 문제가 있다고 수정하라는 거예요? 공사 일정에 문제라고 생기면 어떻게 책임지려고요? 설마 이 프로젝트 책임자가 나라는 거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네가 책임자라고?”
그녀의 말에 심가희는 놀란 듯 되물었다. 곽성 그룹에는 건축디자이너들이 차고 넘쳤다. 그중에서 상을 받은 디자이너도 수두룩했고 최유진은 그저 한낱 디자이너 보조였다. 그런 최유진에게 프로젝트를 맡겼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분명 내부 반발이 심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프로젝트 책임자가 되었다는 건 곽도현이 밀어준 것이었다. 심가희는 그제야 조금 전 하도준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최유진은 그런 심가희의 반응에 기세등등해져 말했다.
“처음에 언니가 건축설계부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곽 대표님께선 허락해주지 않으셨죠. 그런데 저더러 들어가라고 하네요? 심지어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까지 맡겼으니 질투가 안 날 리 없겠죠. 그렇죠? 뭐, 어차피 질투해도 소용없어요. 전 실력으로 이 자리에 앉은 거니까요. 제가 언니보다 잘난 건데 뭐 어쩌겠어요.”
심가희는 조금 전 문제가 있던 설계도를 떠올렸다. 이미 공사 일정이 뒤로 밀린지 며칠째였던지라 하도준 또한 최유진을 짧은 시일 내에 설득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 말인즉슨 최유진은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도면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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