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3화 기념
그의 휴대폰을 힐끗 본 강주하는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어.”
‘필요 없다고?’
주시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번호도 안 준다고?”
강주하는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번호를 왜 남겨?”
“우리같이 잤잖아. 남겨서... 남겨서 기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새벽이라 그런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던 주시완은 한참을 더듬다가 겨우 기념이라는 단어를 끼워 맞췄다.
강주하가 피식 웃었다.
“기념할 게 한두 개도 아니잖아. 나 하나 빠진다고 뭐가 달라져? 귀국해서 몇 명 더 만나. 내 몫까지.”
강주하는 주시완과 이런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갈 생각도 없었고 그의 화려한 연애사에 자기 이름을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본능적으로 선을 긋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시완은 눈에 띄게 조급해졌다.
그는 강주하의 팔을 잡아 그대로 다시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강주하, 지금 나 갖고 노는 거야?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나를 하룻밤 상대 정도로만 취급하는 거야?”
“말은 바로 해야지. 너는 안 즐긴 것처럼 말하지 마.”
그녀는 휴지통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거 봐. 네가 다 쓴 거잖아. 할 말 다 했지? 나 진짜 자야 해.”
강주하는 눈앞이 흐릿해질 정도로 졸렸다.
그에 반해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는 주시완의 눈빛 속에는 짜증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왜 갑자기 나랑 하자고 한 거야?”
강주하는 잠시 멈칫하다 담담하게 답했다.
“하고 싶어서 했지. 무슨 대단한 이유가 필요해? 억지로 한 것도 아니고 서로 합의하에 한 거잖아.”
강주하는 분명 처음부터 주시완의 의견을 물었었다.
주시완은 이를 악물었다.
화보다도 더 크게 밀려오는 건 난처함과 묘한 굴욕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건 비꼬는 말뿐이었다.
“너 원래 이렇게 가벼워?”
강주하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움켜쥐어졌다가 이내 풀렸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난 그냥 네가 잘생겼다고 생각했어. 속은 솔직히 별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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