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문 앞까지 걸어갔던 최다솔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아직 숙제를 다 못 했는데요...”
진태하에게 차를 따라주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최인섭이 냉랭한 얼굴로 피식 웃었다.
“네가 언제 숙제를 한 적이 있어?”
집안에서 세운 사립 학교에 다니는 최다솔은 학교에서도 공주 대접을 받아왔기 때문에 숙제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진태하는 다리를 꼬고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홍차를 좋아해요...”
최다솔이 진태하를 노려보며 말했다.
“와, 아무리 체면이 없어도 그렇지!”
최인섭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무례하게 굴지 마!”
입을 삐죽 내민 최다솔은 마지못해 차를 꺼내어 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서랍을 열었을 때 최영훈이 부하직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사용하던 배탈약을 발견했다.
소파에 앉아 김태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진태하는 최다솔의 킥킥대는 웃음소리를 듣고는 눈썹을 약간 치켜뜨며 마음속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차 두 잔을 들고 걸어온 최다솔은 한 잔을 진태하 앞에 먼저 놓은 뒤 다른 한 잔을 김태원 앞에 놓았다.
그 후, 다시 몸을 돌려 차 두 잔을 더 우렸다.
할아버지 한 잔, 본인 한 잔.
이어서 조용히 할아버지 곁에 앉아 맑은 눈으로 진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 선생님, 이 홍차는 시장님이 우리 할아버지께 선물한 최상급 차예요. 어서 드셔보세요!”
진태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흘끔 보았다.
“차가 너무 뜨겁네요. 좀 이따 식은 다음에 마시죠.”
차에서 풍겨오는 냄새를 맡은 진태하는 바로 배탈약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앞에 놓인 이 잔에 약이 타진 것이 분명했다.
최다솔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고 소파에 기대어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김태원은 의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들도 유씨 가문의 초대장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최인섭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어쩐지 최근에 북부의 사람들이 강주에 나타나더라니, 아마도 유씨 가문 어르신의 생신 잔치에 참석하러 온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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