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5장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다
설령 박지환이 누군가에게 복수로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자신의 두 손에 피를 묻히는 격이라고 생각이 되었던 것이다.
“이준 씨... 미안해요.”
머리가 윙윙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밖에 답할 수가 없었다.
“이준 씨를 실망시켜 드렸어요.”
서이준은 복잡한 심경을 꾹꾹 억누르고 있었다.
“됐어.”
민서희는 고개를 들었다.
서이준은 재차 말을 이었다.
“굳이 그 사람한테 돌아가고 싶은 거라면 나도 뭐라 설득할 방법이 없네. 네 마음속에 아직 그 사람이 남아 있는데 그렇다고 포기하도록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하지만.”
서이준은 남아 있는 말들을 그녀를 주시하며 내뱉었다.
“박지환이 너를 또 다치게 하면 그때는 나도 못 참아.”
민서희가 고개를 번쩍 들자 서이준이 스스로를 조소하고 있었다.
“내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한다는 생각이 든 거야?”
“아니에요.”
민서희는 힘껏 고개를 흔들더니 흐뭇하게 웃으며 뜨거운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그냥... 나한테 철저히 실망해서 이준 씨가 다시는 날 안 보려 할까 봐 두려워서...”
서이준은 멈칫하자 민서희의 머리카락에 손을 얹었다.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 네 눈하고 네 뱃속에 있는 아기를 내가 어떻게 나 몰라라 하겠어.”
“고마워요.”
민서희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번 생에는 이준 씨한테 빚진 거 다 갚지도 못할 것 같아요.”
“갚지 않아도 돼.”
서이준은 진지하게 답했다.
“너만 무사하다면 그게 나한테는 최고의 선물이야. 게다가 네 눈의 상황도 사실상 의사 생활을 함에 있어서의 경험이기도 하고 연구 성과도 낼 수 있거든.”
말을 마친 서이준은 식당에 가서 죽을 포장해 왔고 민서희는 천천히 들이켜 그릇을 비운 뒤 다시 침대에 눕게 되자 서이준이 불을 끄고 병실을 나갔다.
머릿속에는 온통 박지환이 호진은과 함께 떠난 후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가 걱정이 되는 민서희는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빠른 시일 내에 박지환을 만나야만 한다.
다음날 진동연이 직접 퇴원하는 그녀를 마중에 나왔고 옆에는 진조남이 함께 있었다. 막 차에서 내린 그여자아이는 지체없이 달려들어 울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모!”
어제 비록 진조남도 같은 차로 이동했었으나 병원에 얼마 머물지 못하고 곧바로 별장으로 돌려보냈었다. 그러니 별장에 있는 내내 간담이 서늘했던 그 아이는 병원에서 돌아온 진동연의 입에서 민서희가 무사하다는 걸 알게 되고 한시름을 놓게 되었었다.
민서희는 그녀의 작은 몸을 품에 안고 물었다.
“조아야, 왜 그래?”
진조남은 그녀의 몸을 비비며 말했다.
“걱정이 돼서요... 아기가 무사해야 되는데...”
민서희는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모가 조심성이 있어서 아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이모가 잘 지킬 거고 나중에 태어나게 되면 조아랑도 함께 놀아야지.”
“네...”
진조남은 넋이 나간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뭔가를 찾는 듯 민서희의 뒤켠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이모부는 없...”
“조아야.”
진동연이 입을 열었다.
“민서희 씨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면 학교에 가기로 약속했었잖아? 빈영이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
진조남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민서희는 그녀의 머리를 문질렀다.
“학생이 응당 공부가 일 순위여야 하는데 당연히 학교에 가야지. 게다가 오늘 아니면 날이 아닌가.”
“그래도...”
진조남은 눈을 붉히며 말을 이었따.
“진동연 삼촌이 그러는데 모레 이후로 이모가 별장을 떠난다고 했어요. 그때면 다시 원래 살던 도시로 돌아가는 거 아니에요?”
진동연이 서둘러 그녀를 떼내려고 했다는 걸 알게 되자 민서희는 얼떨떨해졌다.
이건 박지환 옆으로 돌려보내는 목적이 아니라 심란연한테서 그 어떤 것도 조사하지 말라는 엄포와도 다름없어 보이는 것이다....
진동연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민서희는 진동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간파하기가 몹시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