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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8장 어디로 도망가려고

택시 기사는 얼버무리며 말을 건넸다. “내가 그랬잖아요. 우리 딸아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돕고 싶은 거라고요. 아가씨가 가야 할 곳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민서희는 하루 밤을 새웠던 탓인지 졸음이 몰려와 의자에 기대어 잠을 청했고 10여 분이 지나 다시 눈을 뜨니 유리 밖은 풍경들이 뒤로 젖히고 있었다. “아직이에요?” “거의 다 왔어요.” 기사가 입을 열었다. “2분밖에 안 남았어요. 바로 코앞이에요.’ 그럼 거의 다 왔을 것이다. 차의 속도가 떨어지는 걸 느낀 민서희는 자신도 모르게 창밖을 내다보았고 시야는 여전히 흐릿했지만 기사가 교외 교차로라고 했던 말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렴풋이 집이 눈에 들어오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우리 교차로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죠. 조급해하지 말아요. 바로 앞이 교차로니까 차분히 기다려요.” 민서희는 그 말에 미간을 약간 찌푸렸고 바로 그때 차가 멈춰서자 그곳은 한 건물이었다. “도착했어요!” 그 기사는 말투가 경쾌했다. 민서희는 눈을 뜨려고 애썼지만 눈앞에 건축물이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 그렇게 민서희가 반응하기도 전에 차 문이 밖에서 열리고 힘센 손이 민서희의 손목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순간 건장하고 힘센 몸이 그녀를 압박해 왔다. “민서희.” 그 남자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고 얇은 입술을 그녀의 귓가에 문질렀다. “어딜 도망가?” 박지환! 그 자리에 몸이 굳어버린 민서희는 온몸에 한기가 맴돌았다. 어쩐지 익숙하다 했더니 여기는 박지환 별장 입구였다! 택시 기사가 문을 열고 나오자 중기는 돈을 건네주었고 그 사람은 손끝을 핥으며 돈을 세기 시작했다. “아가씨도 참! 아저씨가 진심으로 도와주려고 했는데 왜 거짓말을 하고 그래요?” “아가씨가 한성 사람이었으면서 무슨 남자한테 속아서 한성으로 오게 된 거라고 한 거예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아주 훤칠하고 부자인 것 같은데 연인끼리 겨우 다퉜다고 다른 도시로 몰래 도망가려고 하면 어떡해요?”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요. 나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나 직접 집까지 데려왔으니 망정이지 눈도 잘 안 보이는 아가씨가 외지에서 남한테 괴롭힘을 당했을지도 몰라요.” 충격속에서 헤아나와 절망감에몸이 걷잡을 수 없이 굳어진 민서희는 박지환에게 안겨 차에서 내려왔다. 눈가에 공포가 쌓인 그녀는 박지환의 옷깃을 힘없이 잡아당겼고 그 남자는 감응하듯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가에 얇은 입술로 문지르며 다독여주었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한 장면과도 같았다. 박지환은 제멋대로 도망친 여자친 구를 달래며 온갖 부드러움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상 민서희한테 화가 잔뜩 치밀어 있었다. 차가운 어조와 뜨거운 눈빛과 더불어 그녀의 허리를 감싼 손에는 뼈를 부스러뜨릴 것만 같이 힘이 더해갔던 것이다. 민서희는 잔뜩 겁에 질려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택시 기사는 민서희를 설득하고 있었다. “아가씨, 복에 겨운 줄 모르면 안 돼요. 남자 친구가 아가씨를 찾아다니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 줄이나 알아요.”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는 내가 아가씨를 납치한 줄 알고 내 목까지 졸랐었다니까요. 그러다 아가씨가 도망쳤다는 걸 제대로 알고 나서야 그나마 진정이 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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