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9장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한테 찾아간다
“연인끼리 뭐든 서로 마주 보며 오해를 풀어야 하는 법이 아니겠어요?”
민서희는 갑자기 몸을 떨었다.
오늘 아침?
그럼 박지환이 밤새도록 찾아다녔다는 거잖아?
박지환이 일찍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감정 기복이 심할 테고 밤새 잠을 못 이루었으니 박지환이 그녀한테 복수를 하지 않는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발끝부터 차오르는 공포감에 민서희는 택시 기사가 문을 열고 운전석에 오르려고 하자 용기를 내어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이 사람하고 연인 사이 아니에요!”
민서희는 격분에 차 있었다.
“제 남자 친구가 아니라고요! 저하고 상관없는 사람인데다 저를 납치하고 감금하고 있는 거예요! 아저씨! 제발 신고해 줘요!”
그녀는 정말 죽느니만도 못한 괴롭힘을 당할 게 두려웠다.
택시 기사는 동작을 잠시 멈추었다.
박지환은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끝까지 껴안고 있었다.
“신고?”
박지환은 검은 눈동자에 감정이 스쳐 지나가더니 억지웃음을 지었다.
“사람을 죽인 너를 겨우 경찰서에서 풀어 나게 해줬는데 다시 신고를 하려고? 돌아가서 복역이라도 할 생각이야?”
민서희는 멈칫했다.
애초부터 이 흙탕물에 발을 담그기 싫었던 택시 기사는 안색이 변하더니 그 말을 듣자마자 더욱 귀찮은 태도를 보였다.
“살인자였어요? 보기에는 착해 보이는데... 사람 얼굴만 봐서는 정말 속을 알 수가 없네요!”
“근데 박지환 씨도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당신들 집안일이라 관여할 생각도 없고 어디에 소문내고 다니지도 않을게요. 오늘은 제가 여기에 없던 걸로 할게요.”
택시 기사가 급히 차에 올라타자 민서희는 박지환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다리를 밟으며 박지환을 밀어냈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민서희의 허리를 감싸던 손이 갑자기 조여졌다.
더 이상 아파 움직일 수가 없는 민서희는 어떠한 동작도 할 수가 없었다.
박지환은 차가운 얼굴로 걸음을 옮기더니 민서희를 침대에 내동댕이쳐졌다.
부드러운 촉감에 민서희는 당황하여 침대에서 일어났으나 두 손이 머리 위로 묶여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의 뜨거운 몸이 짓누르고 있는 동시에 민서희는 한없이 차가운 기운만 느낄 수 있었다.
“어디 한번 다시 도망가 보지 그래?”
박지환은 곱상한 얼굴이 새까맣게 변해갔고 한기를 뿜어내고 있는 눈빛으로 도망치는 민서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에 불화가 치밀었다.
어젯밤 그녀가 그와 호진은 사이를 질투하고 있어서 민서희가 적어도 마음속으로 그를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가 동진으로 도망치려 했었으니 말이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양호준한테 찾아가려고 했다!
그럼 나는 뭘까?
사랑한다는 빌미로 이용하려던 건가?
아기를 방패막이로 삼아 억울함을 과시하다 실패하자 바로 다른 남자의 품으로 가려고 하다니!
박지환은 냉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민서희, 넌 정말 천한 여자야!”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민서희는 난처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박지환은 넥타이를 풀고 그녀의 두 손을 침대에 묶었다.
“내가 널 버리니까 곧바로 양호준한테 찾아가는 거지. 너는 자기감정과 몸을 이렇게나 싸구려 취급하는 거야?”
“내 아기를 임신해서 엄청 억울해? 이 아기만 없었으면 자기 몸을 마음껏 이용해서 다른 남자들과 뒹굴었겠네?”
그는 셔츠를 풀고 그녀의 치맛자락을 찢었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게.”
“너 스스로도 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왜 널 안쓰럽게 생각해야 되는데?”
다리의 차가운 기운으로 두피가 저려나는 민서희는 그를 밀어내려 발버둥 쳤지만 두 손이 단단히 묶인 터라 어쩔 수 없이 발로 박지환을 걷어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