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0장 4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다

“박지환 씨, 미쳤어요? 뭐 하는 거예요?” “나 임신했다고요! 날 죽일 셈이에요?” 민서희는 공포감이 밀려오자 눈가가 촉촉해졌다. 박지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녀의 말썽꾸러기 다리들을 통제하여 가차 없이 욕망을 쏘아 붓고 있었다. 민서희는 기절에서 깨어났다가 또다시 의식이 흐려지는 동안 박지환의 흐릿한 윤곽만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꿰뚫는 것만 같은 눈빛은 그녀를 보고 있는 듯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기진맥진해지다 곧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참고 있는 모습들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민서희는 그가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를 관찰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은 한순간에 4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박씨 저택에서 베란다에 억눌렸었다. 그때의 그녀는 무기력하게 애원했지만 그는 여전히 차가운 마음으로 그 아기를 사라지게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박지환 씨...” “우리는 참 변한 게 없네요...” 다시 깨어났을 때 입술이 찢어질 것만 같이 목이 마른 민서희는 옆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르 들을 수 있었다. “잔혈은 흘렸지만 태아한테는 위협이 없으니 보약을 잘 챙겨 먹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을 거예요. 약은 아침저녁으로 드시면 돼요.” 그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중기였고 이러한 상황은 또 처음인지라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 그것 말고 뭐 주의할 점은 없나요?” 의사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다음부터는 대표님더러 자제하라고 하세요. 다 큰 성인이 참을 줄도 알아야죠. 정 안 되면 해결 방법도 많을 텐데 어떻게 임산부한테 그 죄를 뒤집어씌울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의사가 박지환의 행동에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이자 중기는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네... 네... 그럼요...” 그는 속으로 억울하기 그지 없었다. 그 말들을 정말로 내뱉을 수만 있어도 박지환은 그의 보스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은 박지환의 마음이 중요하다. 의사를 돌려보내고 방으로 돌아온 중기는 민서희가 깨어있는 걸 보고 의아했다. “민서희 씨, 깼어요?” 그는 몹시 난처해졌다. “오늘 오후에 간병인이 와서 돌봐줄 거예요. 그 전에 뭐 필요한 거 있을까요?” 힘없이 고개를 돌린 민서희는 자기 몸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요...” 어젯밤 너무 울었던 탓인지 민서희는 목이 말랐다. 중기는 급히 물을 따라오더니 민서희를 부축해 물을 마시게 했다. 민서희는 자신의 목을 만져봤더니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중기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이 입히신 거예요... 민서희 씨가 추위에 탈 수 있다고 하면서...” 민서희는 어이가 없었다. 추위를 타는 게 걱정인 걸까? 아니면 남들이 자신의 잔인한 악행을 아는 게 두려운 걸까? 눈으로 안 봐도 그녀는 자신의 손목에 빨간 자국들이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민서흰느 아무 말 없이 물을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중기는 재차 새 잔에 물을 따라 침대맡에 가져다 놓고 말을 건넸다. “민서희 씨가 도망칠 용기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근데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대표님이 한성 전체에 사람을 심어놔서 민서희 씨가 한성에 있는 한 꼭 찾아낼 거예요. 그리고 대표님이민서희 씨가 한성을 떠날 기회를 줄 리도 없잖아요.” “어제 대표님이 제대로 화가 났었어요. 민서희 씨가 그 표정을 못 봐서 그렇지 엄청 불안하고 막 열불이 나 있는 상태였다니까요. 게다가 동영상에는 택시 번호판이 보이지 않아 대표님이 한성 모든 택시 기사들한테 연락을 취했던 거예요. 대표님이 민서희 씨가 다칠까 봐 진심으로 걱정이 많았어요.” 잠자코 듣고 있던 민서희는 중기가 하는 마지막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