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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장 그 사람 마음속에 내가 있어요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상황이 그녀를 바보로 만드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차갑게 물었다. “내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는 사람이 지금 날 다치게 한 사람은 또 누군데요?” 멍해진 중기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이... 대표님도 후회하고 있을 거예요. 처음엔 저도 대표님이 이성을 잃은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의사를 불러서 꼭 아기는 살려야 한다며 애걸했었어요!” 갑자기 고개를 든 민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중기는 손끝이 하늘을 향하며 말을 건넸다. “제가 한 말에 거짓이 없다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민서희는 호흡이 흐트러졌다. “아기는 꼭 살려야 한다고 했다고요?” “네. 아기가 무사하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자리를 떠났어요.” 민서희는 눈을 감았으나 박지환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제만 해도 아기를 없애버리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또 아기를 꼭 살리겠다고 하며 정신 분열이 있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민서희는 몸을 웅크리며 고민에 잠겨있다 이내 잠에 들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다시 깨어났을 때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녀는 몸을 움직였고 방에는 그녀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가운을 입고 끈을 매지 않은 채 가운데를 활짝 열어젖힌 박지환의 건장한 몸에는 마른 물방울이 남아 있었고 소파에 앉아 서류뭉치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자 고개를 들게 된 그는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을 하고 민서희에게 다가왔다. 눈동자가 휘둥그레진 민서희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박지환이 손을 내밀자 그녀는 즉시 손을 들어 가로막으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박지환은 잠시 뻣뻣해지더니 손이 그녀의 이마를 향했다. 열이 떨어졌다. 그 답을 얻은 그는 어느새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서워할 거면 왜 도망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래서 날 죽이게요?” 민서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고개를 들어 눈을 약간 붉혔다. “박지환 씨, 당신을 멀리하려는 게 뭐 잘못됐어요?” 나를 멀리해? 은근 귀에 거슬리는 말에 박지환의 안색은 약간 차가워졌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멀리하는데? 내 어머니를 죽인 순간부터 너는 자유라는 게 없어진 지 오래야. 감옥에서 죽든 내 옆에 감금돼 있든 너한테 놓인 선택은 이 두 가지밖에 없어.” 민서희는 절망스러웠다. “그래요... 내가 무슨 자격으로 당신을 멀리하겠어요. 내가 여사님을 죽였다고 생각할 거면 그냥 나를 감옥으로 보내줘요.” 박지환은 그녀의 손목을 조였다. “뭐라고?” 민서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감옥에 비해 그녀는 박지환에게 잔인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더 고통스러웠따. “내 말은 살인자인 내가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요. 됐어요?” 박지환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민서희의 말들이 뭘 의미하는 건지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감옥에 들어갈지언정 그의 옆에 남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야. 민서희!” 박지환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근데... 네 뜻대로 해주고 싶지 않은 걸 어떡하지! 날 떠나고 싶다고? 그 대가로 차라리 감옥에 가고 싶다고? 그럼 더더욱 네 뜻대로 해줄 수가 없지. 네가 더욱 고통스러워야 내가 속이 뻥 뚫리거든.” 안색이 창백해진 민서희는 비아냥거렸다. “나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마음속에 아직 내가 남아있는 거예요?” 마음이 찔린 듯한 박지환은 안색이 점점 흐려지더니 민서희의 턱을 쥐고 있는 손에 힘줄이 터질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이야?” “민서희, 주제를 알고 떠들어. 나 박지환이 널 사랑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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