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3장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걸까
이토록 관심 어린 행동에 가슴이 뜨거워진 민서희는 박지환이 기억을 깨우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더 확고해지자 까치발을 하고 그의 목에 매달아 키스를 건네고 있었다.
그녀의 행동을 받아들인 박지환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
키스를 할 줄 모르는 민서희는 박지환의 입술을 몇 번 건드렸다 동작을 멈추었고 오히려 박지환에 의해 옷장에 밀쳐져 의외의 자태를 보였다.
박지환은 그녀의 이마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넘겨주었고 수줍어하는 그 표정을 바라보자 가슴이 뜨거워지더니 이내 다른 냉기에 눌려졌다.
“누가 너더러 이렇게 키스하래?”
민서희는 얼떨결에 박지환의 이른바 키스를 받게 되었다.
그녀를 삼키고 분해하려는 거친 키스는 마치 일엽편주처럼 만들어 버리려는 듯 그녀의 모든 산소를 빼앗았고 이내 힘없이 박지환에게 매달리게 되었다.
키스가 끝나자 민서희의 옷차림은 초라해졌지만 박지환은 반대로 옷깃도 구겨지지 않은 채 깔끔했다.
두 사람이 함께 내려오자 중기는 일 일 차 운전기사를 청했고 두 사람을 사거리 애견 카페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민서희가 먼저 차에서 내리자 중기는 박지환이 차에서 내리려는 걸 보고 급히 제지했다.
“대표님!”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몸 가지고 장난치시면 안 돼요. 지금 몸 상태로 알레르기를 감당할 수도 없고 만일 심각해지기라도 하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박지환은 멈칫하다 차에서 내리며 중기에게 말을 건넸다.
“먼저 돌아가. 이따가 택시 잡아서 들어갈게.”
“대표님!”
박지환은 눈꼬리를 치켜세웠다.
“왜? 이제는 내가 하는 말이 우습다 이거야?”
“그게 아니라...”
자신이 떠나서 박지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박지환을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중기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중기가 막 설명하려고 고개를 들었더니 박지환의 싸늘한 표정을 마주하고 말을 삼키게 되었다.
“알겠어요.”
중기가 떠나고 길옆에 서 있는 민서희는 방금 그들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자 박지환에게 물었다.
“왜 그래요? 중기 씨가 왜 말을 하려다 마는 거예요?”
“별일 아니야.”
박지환은 평온하게 답했다.
“회사에 가서 나 대신 업무 좀 처리해달라고 했거든. 근데 워낙 서류에 관심도 없고 하다 보니 내키지 않나 봐.”
“그렇구나.”
민서희는 다른 의심하지 않고 박지환의 손을 잡았다.
“가요. 오늘 만나게 해 줄... 동물이 있어요.”
그녀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멍때리며 바라보고 있던 박지환은 손을 뿌리치지 않았지만 마음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중기가 막 떠나자마자 바로 계획을 실행하려는 건가?
대체 무슨 작정을 꾸미는 거지?
내가 호흡 곤란으로 숨이 멎어가는 걸 지켜보고 싶은 건가?
그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섬뜩하긴 했지만 그는 한편으로 마음이 홀가분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민서희의 손에 죽는 것도 하나의 해방이라는 갈망이 마음속 깊숙이 들어 있었다.
민서희는 박지환을 데리고 애견 카페 입구에 나타났지만 입구에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간판이 걸려 있었고 민서희가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거 바로 누군가가 유리문을 열어젖혔다.
그 사람은 문을 열며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민서희 씨하고 박지환 씨를 드디어 다시 뵙네요.”
드디어?
박지환은 얼굴을 찡그리며 주위를 둘러봤더니 벽에는 강아지 사진이 자그마치 사오십 마리가 있었는데 가게는 마치 모든 곳을 방금 청소한 것처럼 개털도 없이 깨끗했다.
민서희가 물었다.
“강아지가 안에 있나요?”
“있어요! 아까 뭐 좀 먹였더니 지금 소파에 엎드려 자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