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4장 그녀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
민서희는 웃음이 깊어졌지만 박지환은 검은 눈동자가 더욱 차가워졌다.
역시.
그녀가 그를 데리고 개를 보러 온 목적이 바로 그가 알레르기로 죽어가는 걸 보기 위해서였다.
민서희의 부드러운 눈매와 입가에 머금은 미소를 보고 있자니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차분히 받아들였던 건지 곧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박지환 씨!”
사장님을 그를 불러세웠다.
박지환이 돌아서자 사장님은 상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저희가 아직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그러니까 일단 들어가시지 마세요.”
“준비요?”
박지환은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준비요?”
민서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개털 알레르기가 있잖아요. 몰랐어요?”
박지환은 잠시 멈춰 서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알아.”
민서희가 무슨 목적인지 이해할 수 없는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민서희는 이마를 찌푸렸다.
“알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들어가려고 했어요? 안에 개털이 날리는데 만일 알레르기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장님은 무거운 복장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찾았어요!”
박지환이 눈길을 돌리자 그 옷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감싸는 점프슈트였고 얼굴 위치만 비닐로 돼 있어 길을 보는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민서희는 손에 들며 그를 향해 말을 건넸다.
“이 옷을 입고 다니기 불편할 수는 있는데 당신이 알레르기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입어야 해요. 그리고 알레르기 약도 준비했으니까 미리 먹어둬요. 혹시라도 청소를 빠뜨린 곳에서 개털이 날려 당신한테 붙으면 큰일 나요.”
민서희는 방호복을 그에게 건네주었고 박지환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고개를 들었으나 박지환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던 그녀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래요?”
방호복을 꽉 쥐고 있는 박지환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예상들이 통쨰로 뒤집히자 박지환은 심정이 묘해진 것이다.
그는 민서희가 그를 해치러 여기로 데리러 온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반의 준비까지 왜 한 건지 몹시 의아했다.
“지환 씨? 박지환 씨?”
그한테서 어떠한 응답이 없자 긴장이 되는 민서희는 박지환의 얼굴을 감싸고 물었다.
“왜 답이 없어요? 알레르기라도 도진 거예요? 몸이 불편해요? 혹시 숨쉬기 힘든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밖에서부터 입고 들어오게 할 걸 그랬어요.”
사장님도 따라서 초조해졌다.
“설마요! 어제 방을 미리 청소해 놨는 걸요. 개털은 물론이고 먼지도 없을 텐데... 내가 소홀한 부분이라도 있는 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민서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박지환의 손을 꽉 잡았다.
“들어가지 말고 일단 병원으로 가요!”
박지환은 그녀의 손을 되잡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건넸다.
“알레르기가 반응한 거 아니야.”
“지금 방호복으로 갈아입을 테니까 같이 들어가자.”
박지환은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민서희가 이토록 애를 쓰며 그를 데려와 놓고 왜 그한테 손을 대지 않는지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진 것이다.
사이즈가 적당한 방호복은 외투를 입고 바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다만 좀 답답한 점은 있었다.
거의 다 준비를 마친 걸 확인한 사장님은 직접 안방의 문을 열었고 곧 안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박지환에게 안겼다.
박지환은 고개를 숙이고 보니 입이 뾰족하고 꼬리가 치켜 올라간 나이가 조금은 들어 보이는 검은 강아지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그 강아지는 매우 열정적이었다.
그 강아지는 박지환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냄새를 맡자 사장님이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지었다.
“안랑이가 박지환 씨의 냄새를 아직 기억하고 있나 봐요. 안랑아, 맞아?”
안랑은 흥분하여 멍멍 소리를 질렀다.
민서희는 안란이라는 이름에 미소가 귀에 걸린 채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안랑아, 이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