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5장 당신이 직접 그녀를 감옥에 보냈었잖아요
안랑은 즉시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민서희의 얼굴을 코로 문지르며 반갑게 인사를 했고 민서희는 그의 짧은 털을 만지작거리며 함께 놀았다.
한쪽 켜에 서서 이를 지켜보던 박지환은 심정이 미묘해졌다.
이상하게도 이 강아지를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이상하게도 연결이 닿는 것만 같았다.
안랑... 익숙한 이름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사장님에게 물었다.
“이 강아지가 절 알아보는 것 같은데 혹시 전에 봤던 적이 있나요?”
박지환이 기억을 상실했다는 걸 알 리가 없는 사장님은 귀한 손님이 이런 사소한 일을 잠시 까먹은 거라 여기고 옆에서 귀띔을 해주었다.
“박지환 씨, 기억 안 나요? 일 년 전에 박지환 씨가 직접 안랑이를 우리 가게로 데리고 왔었잖아요.”
“우리 애완동물 가게가 문을 닫을 정도로 불경기였을 때 박지환 씨가 투자를 해주며 안랑이를 행복하게 잘 키워달라고 부탁까지 했는걸요.”
“제가... 데리고 왔다고요?”
박지환은 순간 눈살을 끼푸리며 복잡한 눈빛으로 안랑을 쳐다보았다.
근데 왜 나는 기억이 안 나는 거지?
박지환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민영매가 이 가게와 손을 잡고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기 시작했다.
제대로 생각하기도 전에 사장님은 부랴부랴 가게 데스크로 가서 계약서를 가져왔다.
“이거 봐요. 이게 우리가 서명한 계약서예요. 일 년여 동안 저희가 안랑이를 성심성의껏 잘 키워오기도 했고 박지환 씨의 도움이 없었으면 오늘날처럼 우리 가게가 장사도 잘되지 않았을 거예요! 더군다나 장사가 나날이 좋아지다 보니 유기견을 입양하여 먹고 사는데 문제 없이 충족한 삶을 줄 수도 있게 됐고요.”
박지환은 서류를 움켜쥐고 한 페이지씩 넘기다 마지막 페이지 아래 자신의 서명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모든 걸 위조를 할 수 있어도 유독 그의 서명은 그만이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기억이 없지?
박지환은 무겁고 복잡한 표정으로 그 서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계약서를 보면 애당초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투자를 한 게 맞긴 한데...
그는 안랑이를 안고 있는 민서희에게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움직였다.
“너...”
민서희는 순간 눈치를 채고 안랑이를 놓아주었다.
“왜 그래요?”
박지환은 이마를 찌푸렸다.
“이 강아지가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나를 이리로 데리고 온 거야? 그리고 나는 왜 아무것도 기억이 없는 거야? 대체 뭐 하려고... 날 여기까지 데리고 왔어?”
안랑이는 물을 마시러 한쪽으로 달려갔고 민서희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올려다보았다.
“지환 씨, 기억 안 나요? 당신이 나의 환심을 사려고 안랑이를 선물로 줬던 거잖아요.”
“너의 환심을 사려고?”
박지환은 부인했다.
“내가 왜 네 환심을 사야 하는지는 둘째로 치고 내가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는데 너한테 강아지를 선물해서 뭐 해?”
민서희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내가 처음 키운 강아지가 팔다리가 다 잘려서 별장 뒤뜰에 묻혔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내가 땅에서 건져냈을 때는 강아지 몸이 다 얼어있었고요. 그때의 일로 아마도 당신이 나한테 빚진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똑같은 강아지로 찾아서 나한테 보상해 준다고 줬던 거예요.”
박지환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팔다리가 잘려? 누가 그런 건데?”
“윤서아.”
박지환은 표정이 변하더니 곧이어 분노로 연결이 되었다.
“민서희, 거짓말도 한계가 있어. 윤서아가 왜 그리 잔인한 짓을 하겠어? 설마 내가 기억에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막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
“거짓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당신이 조사를 해보면 될 거 아니에요?”
민서희는 눈빛이 부드럽기 그지 없었다.
“박지환 씨,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윤서아가 한 짓은 결코 거짓일 수가 없어요.”
“당신이 직접 윤서아를 감옥으로 보냈고 윤서아가 감옥에서 죽어버리게 됐어요. 당신이 간단하게 조사만 해 보면 낱낱이 밝혀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