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2장 민서희가 아기를 데려갔을지도 모른다
서이준도 검사를 다 받았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 갑자기 성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이 많았나 봐. 근데 너하고 인연이 있는 것 같기는 하네.”
민서희는 박수호를 바라보는 눈빛에 측은한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박수호한테 다가갔다.
“다 씻은 거야?”
박수호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자신의 강아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는 걸 원치 않는 그는 문을 사이에 두고 두 눈만 떡하니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도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인가 보다.
민서희는 바로 깨닫고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
“이준 씨, 사이즈가 작은 셔츠가 있어요?”
동작이 깔끔하고 신속한 서이준은 자신의 입지 않은 셔츠를 들춰서 꺼냈고 박수호가 그 옷을 입고 났더니 바닥에 축 늘어져 거동이 불편해 보였다.
민서희는 할 수 없이 가위로 적당하게 잘라주었다.
겨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박수호는 즉시 강아지한테로 달려갔으나 경계심이 강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민서희는 서이준을 힐끗거렸다.
“이준 씨, 이거...”
서이준은 곧바로 이해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당분간 우리하고 같이 지내야 될 것 같아. 나도 말을 진짜로 못하는 건지 그저 말하기를 싫어하는 건지 찬찬히 살펴보도록 할게.”
민서희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마음속으로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
목의 이상으로 인해 천성적으로 말을 못 하는 거라면 의술이 뛰어난 서이준이 도와줄 수 있겠지만 심리상의 문제라면 이 조그마한 아기의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 봐야 하는지 골치가 아픈 일이니 말이다.
...
“대표님, 부자 동제를 샅샅이 찾아보고 감시카메라도 다 뒤졌지만 도련님의 행적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문 앞에 서 있는 경호원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저 잠시동안 시선을 팔고 있던 틈에 박수호가 뒤뜰로 빠져나가 지금껏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박지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표정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어디로 나간 거야? 내가 문을 분명 잠갔었는데.”
소파에 앉아 있던 호진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급히 몸을 일으켰다.
“지환 씨, 혹시 수호가 남몰래 열쇠를 하나 더 챙긴 거 아닐까요? 그게 아니면 누가 수호를 데리고 간 걸 수도 있고요.”
“누가 데리고 갔다는 거야?”
박지환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호진은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평소에는 아무리 소란을 피운다고 해도 별장을 뛰쳐나간 적이 없는데 민서희가 한성에 돌아온 이후로...”
그 이름을 언급했는데도 박지환의 표정에 변화가 없자 호진은은 대담하게 말을 이었다.
“민서희가 돌아온 이후로 수호가 갑작스레 살아진 거잖아요. 게다가 민서희도 자기 아기를 포기할 수 없어서 데리고 간 거 아닐까요.”
박지환은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서 방출되고 있었다.
“감히.”
호진은은 이내 말을 얹었다.
“지환 씨, 정말 그런 거라면 수호한테 있어서는 잘된 일 아닌가요? 어쩌다 입을 다물게 됐는지도 잘 아는데 민서희 옆에는 서이준이 있고 아마도 거기에 있으면 수호를 더 정성껏 돌볼 수가 있는 거잖아요. 우리는 따로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해 봐요. 네?”
호진은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에 불만으로 가득해 있던 그는 점차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수호는 내 아들이야. 민서희한테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몰라도 수호는 나 혼자만의 아들이야. 그 외에 다른 아기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박지환의 엄숙함을 느낀 호진은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환 씨, 별다른 뜻으로 한 말은 아니고 수호가 내 옆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못 봐서 그래요. 내가 엄마로서의 자격미달이어서 그런지 스스로한테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