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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장 화려한 등장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비웃었다. “설마? 민서희가 줄곧 독일에 있었다는데 네가 한성에서 어떻게 만났을 리가 있어?” “못 믿겠으면 됐어.” 그녀는 입을 삐죽거렸다. “나도 사실은 그 이름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어. 다만 그 얼굴은... 분명 한성에서 본 적이 있었다고.”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녀 또한 화제를 돌렸다. 그러나 그들의 바로 뒤에 있는 민서희는 혼자 어두운 구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박지환의 아내라는 신분으로 여러 연회에 참석을 했었으니 어쩌면 그 여자가 봤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설령 그녀가 알아본다고 해도 그 얼굴은 윤서아의 이름으로 된 얼굴이라 그들이 한 사람이라고는 그 누구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술잔을 반쯤 비웠을 때쯤 현장은 많이 떠들썩했다. 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민서희는 손끝을 움켜쥐었고 차가운 눈빛을 띠고 있었다. 박지환은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양복 차림으로 더욱 훤칠해 보이는데다 정교하고 준수한 외모는 불빛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졌고 눈빛은 흑요석처럼 서늘한 기운을 풍기고 있어 타고난 왕의 자태였다.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상대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호진은은 사진으로 바라만 봤던 민서희한테 있어서 여전히 깊은 변화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의상 탓인지 아니면 행복한 자양분 때문인지 사진보다 훨씬 혈색이 좋아 보였다. 앞에 있던 그 여자들은 눈을 붉히며 혀를 내둘렀다. “이래서 비교를 하면 안 돼. 호씨 집안이 한성에서 기껏해야 소기업에 불과했는데 운 좋게 박지환한테 들러붙어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게 된 거잖아.” “그보다 더 심한 건 박지환은 잘생긴데다 일편단심이기까지 하다니. 내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박지환을 꼬시려고 달려든 여자가 수두룩했는데 나무처럼 딱 호진은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다잖아.” “호진은한테 그런 매력이 있을까. 외모로는 홍보지에 올라온 그 분보다 훨씬 뒤떨어지잖아.” 그 사람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민서희는 호진은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마음속에 맺혔던 한이 북받쳐 오르는 듯했다. 박지환의 일편단심이 최면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걸 알게 되면 아마 다들 치를 떨 것이다. 그녀는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옆에 있던 박지환이 갑자기 고개를 돌릴 줄은 몰랐다. 검은 눈동자가 인파를 뚫고 그녀와 눈빛이 마침 마주치게 되었다. 민서희는 가슴이 찌릿했다. 모종의 감정이 또 북받친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다만 박지환은 그저 그녀를 힐끗하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민서희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가? 다행이네. 나도 그가 나를 알아보는 건 원치 않으니까! “민서희 씨.” 직원은 그녀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민서희 씨가 올라가야 할 시간이에요.” 민서희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내 무대의 불빛이 재차 밝아졌다. 모두들 환호를 하던 사이 민서희는 계단을 밟으며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전시대로 걸어서 올라갔다. 검은색 치마가 백열등 아래에서 유난히 반짝거렸고 눈이 덮인 듯한 뽀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극도로 아름답고 공격적인 아름다운 외모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무대 아래의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를 건넨 뒤 피아노대 앞에 앉았다. 침묵이 이어지던 사이 그녀는 흑백 건반에 손가락을 얹었고 이내 아름다운 피아노곡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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