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5장 경매회
무대 아래에 있는 호진은은 민서희를 쏘아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오늘날 민서희가 시력을 회복한 것도 모자라 예전보다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녀 또한 민서희를 바라본 순간 마음이 진정이 안 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민서희한테서 눈길을 떼지 않고 있자 마음이 초조해진 호진은은 다급히 박지환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야?”
박지환은 고개를 숙여 물었다.
호진은은 헛웃음을 지었다.
“지환 씨, 몸이 불편해서 그러는데 직원한테 가서 위약 좀 가져다 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
호진은의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는 박지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가 돌아왔을 때는 민서희의 연주가 벌써 끝나 있었고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는 호진은에게 약과 온수를 건넸고 호진은은 일부러 박지환과 아주 가까이 붙으며 그의 손에서 약을 들어 입에 쑤셔 넣는 동작으로 민서희에게 그들의 알콩달콩함을 자랑하는 듯했다.
그래야만 마음이 좀 편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그 모습을 지켜봤던 민서희는 호진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 행동에 안색이 어두워진 호진은은 위약을 씹으며 쓴맛을 따라 삼켜버렸다.
바로 그때 사회자가 무대에 올랐다.
“이번 자선 연회의 첫 번째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죠. 그 첫 번째 경매의 물품이 뭔지 민서희 씨가 공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수화기가 건네지자 민서희는 대담하게 호진은에게 시선을 떨구고는 또 도발이라도 하는 듯 박지환에게 시선을 옮겼다.
“첫 번째 경매는 바로 저하고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이에요.”
그 말에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특히 연예인들이나 매체에 얼굴을 알려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민서희의 음악적 재능으로 그들에게 더 많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것이고 피아노 레슨으로 한 곡을 따라 배우게 되면 더더욱 신분이 폭등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민서희의 손에 쥔 무수한 자원에 마음이 가는 건 둘째치고 민서희 자체가 워낙 미인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순간 모두들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회사가 2천만 원으로부터 경매를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누군가가 재빨리 피켓을 들어 올렸다.
“4천만.”
다른 사람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6천만.”
“8천만.”
점점 가격이 올라가더니 피켓을 올리는 손들이 더 늘어났다.
박지환은 차가운 눈빛을 하더니 조명 아래에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20억.”
“...”
“...”
온 장내가 떠들썩했다.
민서희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박지환이 이번 경매에 손을 들 거라고 예상을 하지 않았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손을 든 건 물론이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았다.
그 가격을 들은 사람들은 야유를 하며 감히 손을 들지 못했다. 피아노 한 곡으로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 가격은 말도 안 된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비록 그 뒷면에 숨겨진 상업적 가치가 크고 민서희의 명성으로 파급 효과가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민서희가 한성에 있는 이상 앞으로 시간과 기회가 언젠가 또 있을 것인데 굳이 이번 경매에 모든 걸 걸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20억 원. 한 번.”
“20억 원. 두 번.”
“저는 20억 2백만으로 하죠.”
갑자기 뒤에서 느릿느릿한 소리가 들렸고 백인언은 피켓을 들어 올리며 웃음을 띠었다.
“가격이 꽤나 높긴 한데 민서희 씨처럼 어여쁜 미인하고 식사를 하는 자리로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백인언이 올 줄도 몰랐고 그보다 뜻밖에도 박지환의 내놓은 경매가 때문이었는지 호진은은 기분이 더더욱 언짢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