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6장 경쟁
백인언의 목소리를 듣자 박지환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가격을 위로 부르고 있었다.
“22억.”
“22억 2백만.”
뒤로 곧장 피켓을 올리들고 있는 백인언은 이번 경매를 무조건 손에 넣겠다는 결심을 표하는 듯 박지환이 부른 가격에 2백만 원만 더 붙이고 있었다.
백인언이 박지환과 맞서고 있자 손님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날 박지환과 맞설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안색이 침침해진 박지환은 짜증스러운 듯 입꼬리를 아래로 내렸지만 어릴 때부터 길러온 교양 탓에 별다른 티를 내지 않고 그저 가격을 더 올리 부르고 있었다.
“40억.”
백인언은 여전히 느긋하게 피켓을 올렸다.
“60억.”
그 순간 장내는 시끌벅적해졌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민서희가 대체 얼마나 큰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 두 남자가 번갈아 가며 가격을 부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무대에 있는 민서희는 표정이 변함이 없었으나 속으로는 감정이 극에 달했다.
백인언의 내부르는 가격은 짐작했던 바지만 박지환의 태도로 인해 짜증 나고 마음이 착잡한 것이다.
“지환 씨.”
자리에 있던 호진은은 이대로 지켜볼 수가 없었다.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와 식사 자리를 함께하려고 이토록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으니 얼굴에 체면도 안 서고 기분이 썩 좋지가 않은 것이다.
그녀는 박지환의 손을 잡고 물었다.
“지환 씨. 그만해요.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따로 있잖아요. 더 좋은 물건들은 뒤에 있는데 왜 굳이 민서희한테 집착을 하는 거예요?”
호진은은 억울함을 표했다.
“민서희를 간만에 봐서 옛날의 감정이 다시 솟구치기라도 한 거예요? 다시 민서희 씨한테 가려고 그래요?”
“아니야.”
박지환은 단칼에 거절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해?”
박지환의 답을 듣고 나니 호진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왜 그 많은 돈을 들여서 같이 식사하는 자리를 얻으려고 경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수호를 데리고 간 건 아닌지 확인을 해야 될 거 아니야.”
박지환은 맑고 태연한 눈빛을 띠었다.
“이번 경매가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안 그러면 어디서 언제 다시 민서희와 마주칠 수 있겠어?”
호진은은 그 말에 긴장한 표정이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서 그래요. 선배는 한 번 물었다 하면 절대 손을 놓을 사람이 아니라 계속 경쟁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예요. 그리고 민서희 씨도 곧바로 한성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이번 기회는 그냥 선배한테 넘겨요. 나중에 만날 시간이 생길 거예요.”
박지환은 눈살을 찌푸렸고 손에 든 팻말을 보다 결국 손을 들지 않았다.
사회자는 박지환이 오랫동안 간판을 들지 않는 걸 보고 이번 경매의 결과를 표했다.
무대에 오른 백인언은 민서희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악수를 하더니 잃어버렸던 소중한 물건을 되찾은 거마냥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 잠시 후 그는 두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을 건넸다.
“민서희 씨, 사실 민서희 씨가 죽었다는 소식에 제가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알아요. 어쩜 나까지 숨기는 교활함을 보일 수가 있어요. 근데 몸에 있는 독소가 진짜예요? 가짜예요? 또 그게 아니면 혹시 서이준이 옆에 있어요?”
민서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빼내더니 방금 했던 그의 말들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공식적인 답을 건넸다.
“백인언 씨가 이 경매 기회를 잡으신 걸 축하드려요. 같이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은 제가 정한 뒤에 따로 연락드리죠.”
“언제든지요.”
그녀가 무대에서 내려온 후에도 경매는 멈추지 않았다.
민서희는 화장실로 향했다.
호진은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옆에 있는 박지환에게 말을 건넸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