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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장 무조건 죽게 될 거예요

막 손을 씻고 난 민서희는 고개를 들자 거울에 비친 불청객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눈치채기 힘든 미소를 짓더니 짐짓 모른 척하고 가방을 열어 립스틱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그러자 호진은은 붉어진 두 눈을 치켜올리며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누가 널 살렸는지 궁금하네.” 민서희가 죽은 척을 하고 멀쩡히 자기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고 또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호진은은 자신의 멍청함으로 민서희를 살아나게 만들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늙은 여자를 매수한 거지? 그래서 그 독약이 몸에 들어가지도 않아서 살아난 거지? 너처럼 천한 년의 목숨줄이 이토록 길 줄은 정말 몰랐네.” 호진은은 약간 미친 것마냥 혼자서 나불거리고 있었다. 민서희는 고개를 돌려 느릿느릿 단상에 기대어 섰다. “틀렸어. 그 독약이 내 몸에 들어온 건 물론이고 한 번이 아니라 내가 아기를 낳기 전부터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어.” “그런데 왜...” “내가 죽어 마땅할 시기가 아니었나 보지. 죽기 직전에 은근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거든.” 민서희는 호진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나한테 너를 이렇게 만든 범인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라면서 안간힘을 바락바락 쓰며 얻었던 모든 걸 다 무너뜨리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게다가 심지어 그 범인을 영원히 일어설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더라고!” 화가 치밀기도 하고 적잖이 놀라기도 한 호진은은 눈을 부릅뜨며 민서희의 살짝 올라간 입꼬리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해 있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자신이 공포에 질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천한 년!” 그녀는 손을 들어 민서희에게 뺨을 때리려고 했다. 민서희는 조용히 뺨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뺨은 이상하게도 얼굴에 닿지 않았고 허공에서 잡혀버렸다. 그녀는 이마를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더니 눈앞에는 미소를 빙그레 지으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있는 백인언이 떡하니 서 있었다. “백인언?” 호진은은 경악하더니 발버둥을 쳤다. “이거 놔! 넌 나하고 한 편이면서 왜 저 여자를 도와주고 있는 거야! 저 여자가 그렇게나 좋아? 네가 몇십 억을 들여서 만날 정도였어!” 백인언은 그녀의 손을 내리누르며 답했다. “조용히 해. 복도에 사람들이 수군대는 게 안 보여? 혹시 누가 이런 광경을 보게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 호진은은 그제야 진정을 되찾았고 백인언은 재차 민서희에게 사과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민서희 씨, 괜찮아요?” 두 사람을 훑어보던 민서희는 이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는 세면대 위의 가방을 들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민서희가 나가자 호진은은 백인언의 손을 뿌리쳤다. “그동안 연구실에 갇혀서 얼굴 한 번 내밀지 않더니 민서희가 살아 돌아왔다니까 겨우 나온 거야!” 호진은의 분노가 그닥 신경이 쓰이지 않는 백인언은 민서희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웃음을 자아냈다. “네가 가장 잘한 짓이 뭔지 알아?” “뭔데?” “만성 독약을 투여한 덕에 민서희가 살아났다는 거야.” 호진은은 순간 아름다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백인언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민서희의 신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어차피 너랑 얘기해도 이해가 안 될 거야. 작은 투정은 봐줄 수 있지만 다시 한번 민서희의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리는 날엔 나도 너를 그냥 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니까 똑바로 처신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백인언은 훌쩍 떠나버렸다. 시선을 아래로 떨군 호진은은 슬픈 감정이 아니라 의문의 당황함이 휩쓸려 왔다. 바로 그때 휴대폰의 진동 소리가 울렸다. “모든 준비를 다 마쳤어요. 오늘 민서희는 무조건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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