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9장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확인하는 게 더 정확해
“우리한테서라니?”
박지환은 얼굴을 찡그렸다.
“목숨을 잃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의 모습이 이런 거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널 부러워할까? 아기는 생각해 본 적이나 있어? 지금껏 아기를 찾고나 다녔어?”
“나한테 그럴 기회를 주기나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마침내 분노가 극에 달한 민서희는 박지환을 물어뜯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가 지금 그녀 앞에서 아기를 언급하다니...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도 없이 온몸에 독이 퍼져버렸는데 무슨 수로 아기를 찾을 수가 있었겠는가?
박지환은 민서희의 눈에 띤 한을 못 본 체하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를 미워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아무 말도 없이 아기를 데려가는 건 너무 지나친 행동 아니야.”
“뭐라는 거예요?”
민서희는 화를 내면서도 한 가닥의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
“말 똒바로 해요. 내가 아기를 데려갔다니요? 내가 무슨 이유로 그랬겠어요?”
박지환은 눈을 비스듬히 뜨며 물었다.
“네가 데려간 거 아니야?”
“내가 미쳤어요! 어떻게 생긴 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어딜 데려가요!”
박지환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 있다 얼굴색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말을 이었다.
“그럴 리 없어. 아기 혼자서 동네를 빠져나갈 수도 없는데 분명 네가 데려간 게 맞아.”
민서희는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아기를 잃어버렸다는 소리예요?”
박지환은 침묵을 지켰고 이를 악물고 있는 민서희는 주먹으로 그를 내리쳤다.
“박지환 씨! 당신이 그러고도 아버지예요! 허구한 날 똑똑한 척하며 사람을 괴롭히는 것 말고 남자로서의 책임도 못 지는 거예요! 만일 아기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평생 당신을 용서하지 못해요!”
민서희의 붉어진 두 눈을 지켜보게 된 박지환은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
“정말 본 적이 없어?”
“생김새도 모른다고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만 알았어도...”
벌써 아기를 데리고 한성을 훌쩍 떠나버렸을 것이다!
뒤에 말을 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아는 그녀는 말을 멈추게 되었다.
박지환은 심판하는 자태로 민서희를 한참 살피며 그녀의 얼굴색에서 당황함을 찾으려 했지만 남은 건 오직 분노뿐이었다.
“그럴 리 절대 없어.”
곧이어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만 믿고 싶었다.
“네가 데려간 게 아니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실종됐을 리가 없어. 누군가가 동반하지 않았으면 아기 혼자서 감시카메라를 어떻게 피해 다녔겠어!”
박지환의 의젓한 말투에 민서희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정말 잃어버린 거예요?”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민서희는 이를 악물고 있는데도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박지환 씨,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예요? 어떻게 아기를 잃어버리고서는 그 책임을 나한테 돌려요! 무슨 근거로 내가 데려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감시 카메라를 피한 것 때문에요? 그런 거라면 아기가 조금만 똑똑해도 오솔길로 걸었을 거 아니에요?”
“그건...”
박지환은 말을 내뱉으려다 민서희를 힐끗하고는 이내 침묵을 지켰다.
그는 자신의 손에서 박수호가 엉망으로 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는 정상적인 아이였는데 그의 손에서 점차 자폐증을 앓게 됐으니 그건 민서희한테 자신이 패배한 거라고 인정하는 식이 돼버리니 말이다.
“아무튼 네가 데리고 간 게 분명해.”
민서희는 이를 꽉 깨물었다.
“미친 거 아니에요! 미친 거면 내 앞에서 행패를 부리지 말고 병원에 가서 검사나 받아봐요!”
박지환은 개의치 않았다.
“어디에 살아?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말을 하던 그는 조수석에서 내려 운전석으로 향하더니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지금부터 휴대폰에 손대지 마.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기 마련이니까 아기가 네 손에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사는 곳으로 가 보면 모든 게 다 밝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