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0장 내 뒷조사했어요
“이렇게 파렴치한 짓거리들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예요?”
민서희는 화가 가슴으로 파고들자 고집스레 고개를 돌렸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정 알고 싶으면 직접 조사해서 내가 사는데로 데려다주던지요.”
민서희는 말을 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다만 충고하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남자랑 같이 사는데 그 사람이 워낙 성질이 불같아서 내가 남한테 치근덕거림을 당하는 걸 견디지 못하거든요. 게다가 한성 사람도 아니라서 당신한테 손찌검이라도 하는 날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거예요.”
그녀는 자꾸만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남자와 살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었고 그를 남이라 칭하고 있었다.
그 점으로 인해 박지환은 매우 불쾌해졌다.
“서이준?”
민서희는 곁눈질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경계심을 표했다.
박지환은 썩소를 지었다.
“걱정 마. 널 조사한 게 아니라 네가 어떤 여자인 걸 알면서도 묵묵히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 하면 서이준 말고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래.”
민서희는 느릿느릿 답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이 맞아서 그런지 자연스레 함께하게 됐어요. 그나마 다행인 거죠.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게 박지환 씨 덕분인 것 같네요.”
박지환은 자신도 모르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음이 맞았다고? 예전에 네가 좋아하던 사람은 나였잖아.”
“박지환 씨도 방금 예전이라고 했잖아요.”
민서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사람을 제대로 볼 줄을 몰랐나 보죠. 외국에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이성도 되찾게 되었고 내 곁에 남겨둬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더라고요.”
박지환은 불만스러웠다.
“민서희, 지금 나한테 무슨 암시라도 하는 거야?”
민서희는 눈을 깜박거렸다.
“박지환 대표님이 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이네요. 제가 무슨 암시를 했다고 그래요? 저하고 박지환 대표님은 분명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웁!”
그녀의 모진 말들이 짜증이 나고 가시덤불이 가득한 장미꽃과도 같은 그녀가 그의 살을 마구 찔러 피가 나올 지경에 이러 귀찮기만 한 그는 어찌나 속도가 재빨랐는지 민서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입맞춤을 퍼부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은 마치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탓인지 박지환은 멈출 수가 없어 더욱 힘껏 더욱 깊숙이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다다르고 싶었다...
“윙윙...”
휴대폰의 진동소리로 박지환은 겨우 정신을 차렸고 민서희도 이내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박지환을 밀어냈지만 입안은 그 남자의 포악함과 싸늘함이 짙게 남아 있었다.
“미친...”
강제로 입맞춤을 당해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민서희는 그의 갑작스런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녀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독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그들의 관계는 진작에 끝이 났다.
박지환도 재빨리 차분함을 챙기고 넥타이를 정리한 뒤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휴대폰에서 공손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서희 씨가 지금 사는 동네를 알아봤는데요. 남쪽 교외에 자리 잡고 있는 별장인데 자세한 주소를 보내드릴까요?”
“그래. 바로 보내.”
통화가 끊어지자 민서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는 조사하지 않는다면서요?”
“네 상황에 대해서 조사를 안 한다고 했지 내가 언제 네가 사는 주소를 알아보지 않겠다고 했어?”
박지환은 핑곗거리가 참으로 많았다.
“내 아기가 실종됐고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이 너인데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민서희는 빈정거렸다.
“아기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면 무관한 사람한테서 행적을 찾으면 안 되죠.”
“무관하다고?”
박지환은 시동을 걸며 차갑게 말을 건넸다.
“그 말을 아이가 들었으면 마음이 엄청 아프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