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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장 내가 그렇게 미워

“그럼 됐어요.” 증거를 찾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고 민서희는 다만 그리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최대의 난제는 그녀가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도 박지환이 믿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침묵을 지키며 병원으로 향했다. 박지환은 다리 부위를 진찰해 봤더니 다행히 다리와 뼈는 다치지 않았고 그저 외상이 심각해 입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 민서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침대에 앉아 있는 박지환을 바라보았다. “의사 선생님한테 여쭤봤는데 당신 다리에 난 상처는 일주일 뒤면 침대에서 내려와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대요.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당신을 돌봐줄 간병인을 모셔 오도록 할게요.” “간병인?” 박지환은 날카롭게 그녀의 말을 눈치챘다. “무슨 뜻이야? 나를 혼자 버리고 가겠다는 거야?” “버리고 가다니요?” 민서희는 그와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박지환 씨, 나도 당신과 같은 교통사고의 피해자예요. 유일한 차이점이라고 하면 한 사람은 다치지 않았고 한 사람은 부상을 당했다는 거죠. 게다가 이 모든 건 당신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니까 가족한테 돌봐달라고 하고 교통사고를 벌인 범인을 찾아 보상이나 받아내도록 해요.” 박지환은 의젓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 차의 주인이 너지?” 민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요.” “내가 차에 오른 이유가 너 때문이 아니야?” “...” 박지환은 마치 당당한 사람마냥 말을 덧붙였다. “민서희 씨, 당신이 일부러 그 차에 미리 손을 쓰고 나를 차에 오르게 유인해 교통사고를 벌이고 나한테 중상을 입히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충분히 의심할 만한 여지가 있어 보이는데. 지금 당장 변호사를 찾아가서 널 신고하면 최소 두 달 동안 조사에 임하며 시간을 냉비해야 될 수도 있어.” 민서희는 삽시에 얼굴색이 흐려졌다. “박지환 씨, 이건 억지예요!” 박지환은 평온해 보였다. “나는 내 권익을 보호하고 있는 것뿐이야.” 조목조목 도리가 있어 보이는 말들이긴 하지만 사실상 앞뒤가 제대로 맞지도 않는 말에 민서희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뭘 바라는데요?” 그녀는 박지환과 따지기도 성가셨다. “오늘 당신하고 같이 있은 내 잘못이라고 하죠. 병원비는 내가 낼게요. 됐죠?” “부족해.” 박지환은 느릿느릿 고개를 들었다.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 내 간병인이 돼 줘.” “싫어요!” 민서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절대 다시는 박지환과 엮이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었다! 그러니 일주일 동안이나 간병인 노릇으로 그와 밀접한 접촉을 하는 건 더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박지환 씨, 내가 똑바로 말을 하지 못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나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새로운 가정을 꾸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제발 이제는 평온한 삶을 살고 싶으니까 당신하고 가까이 지내고 싶은 생각이 추어도 없어요. 그러니 당신이 말하는 부탁은 들어주지도 않을 거고 정 고소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공공장소에서 당신의 체면 또한 세워주지도 않을 거니 그때 가서 제 탓을 하지 말고요!” 그녀의 결단력과 저항심을 느낀 박지환은 낯빛이 어두워지다 이내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 “내가 그렇게 귀찮아?” 민서희는 어리둥절해 있다 곧 웃음을 터뜨렸다. “박지환 씨,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벌써 까먹은 거예요” 그녀는 바로 체념을 하게 되었다. “됐어요. 당신이 기억하건 말건 상관이 없어요. 단지 그 일들에 대해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절대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니까요.” “저는 이만 가서 병원비를 마무리하고 간병인도 불러드릴 테니 이 정도면 제가 할 임무는 다한 것 같네요.” 말을 마친 민서희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나갔다. 박지환은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윙윙...” 휴대폰이 울리자 박지환은 고개를 돌렸고 호진은의 전화번호가 떡하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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