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9장 전화 받아
“요즘 시간이 돼요?”
그쪽에서는 답장이 빨랐다.
“있어요. 무슨 일이에요?”
“시간 되면 박지환 아기의 이름이 뭔지 알아내 줘요. 딸인지 아들인지도요.”
상대방은 알겠다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민서희는 휴대폰을 내려놓더니 눈빛이 착잡해졌다.
독일에 있을 때도 아기를 찾으려고 했었었다.
다만 그때는 스스로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힘든데다 아기의 생각에 젖게 되면 마음까지 괴로웠으니 최대한 고통을 마주하는 그 어떤 것도 피해야만 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기다려 오게 된 거고 한성에 돌아오자마자 이것저것 조사를 펼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박지환은 아기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 말이 진짜인 건지 가짜인 건지 확신하기조차 힘들었다.
아마 박지환이 단순하게 아기를 보여주기 싫어서 일부러 지어낸 말일 수도 있긴 하나 어찌 됐던 아기가 무사히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더군다나...
그녀는 그림판에 쓰인 글자를 보여 생각에 잠겼다.
가까스로 저녁 늦어서야 잠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에 깨어났더니 서예는 엉덩이를 내밀고 그녀의 몸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민서희가 눈을 뜨자 서예는 우물쭈물거렸다.
“엄마, 게으름뱅이! 맨날 늦잠만 자!”
웃음을 터뜨리게 된 민서희는 서예를 품에 안았다.
“서예야, 엄마가 게을러서 미안해. 서예는 일찌감치 일어났는데 엄마는 이제야 깨어나고 말이야.”
서예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창문을 가리켰다.
“햇빛이 엄마의 엉덩이를 내리쬐고 있어!”
민서희는 서예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엄마가 다시는 이런 실수를 안 할 테니까 용서해 줄래. 엄마는 일단 가서 세수하고 있을 거야. 서예는 여기에서 딱 기다리고 있어.”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 화장실로 향했다.
서예는 아예 혼자 침대에 누워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침대 머리맡 책상 위에서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민서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서예는 앞으로 기어가 휴대폰을 손에 넣더니 어른들을 따라 배우는 시늉으로 휴대폰을 귀에다 대고 있었다.
순간 전환 너머로 박지환의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서희, 너 일부러 이러지? 내가 문자를 얼마나 많이 보내고 전화만 몇 통을 했는데도 아무런 답장이 없어. 그런다고 있었던 일이 사라지기라도 해. 자꾸 이러면 내가 휠체어에 앉아서 널 찾으러 갈 거야!”
상대방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만 듣게 되어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서예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박지환은 말문이 막혔다.
서예는 상대 쪽에서 인기척이 사라자지 휴대폰을 내리쳤다.
“여보세요? 말해요. 왜 말을 안 해요. 흥. 나 화 났어!”
박지환은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으나 조금 황당해졌다.
“민서희, 장난해? 아무 아기나 찾아서 전화를 받게 하면 뭐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아는 거야!”
서예는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무서워!”
상대 쪽에서 사나운 기운을 풍기자 예리한 서예는 볼을 부풀리고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나쁜 사람이야!”
박지환이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린 찰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예는 즉시 고개를 돌렸고 민서희가 젖은 머리로 욕실에서 나오는 걸 보더니 방금 있었던 상황을 고발하고 있었다.
“엄마! 전화! 나빠! 무서워!”
박지환은 머리가 띵해졌다.
엄마?
누구를 부르는 거지? 민서희? 민서희한테 언제 아기가 있었어?
순식간에 생각이 뒤죽박죽이 돼 버린 그는 전화 너머로 민서희의 인자하고 상냥하기만 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무슨 전화야? 서예야. 또 엄마 전화를 들고 놀았던 거야? 엄마가 휴대폰을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서는 안 된다고 했었지? 우리 서예는 워낙 시력이 안 좋아서 휴대폰 빛을 많이 보면 눈에 안 좋아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