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0장 민서희를 유인하다
“서아야, 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워낙 몸이 불편한 데다가 윤서아가 귀찮게 굴자 박지환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가 궁금한 거야? 내가 다른 여자와 가까이 지내기라도 할까 봐? 내가 병실 말고 갈 데가 어디 있어? 오늘 어쩌다 산책 좀 하다 들어왔어. 내가 다른 여자와 가까워지는 게 걱정된다면 나한테 사람이라도 심어둘래?”
보아하니 박지환은 정말 화나 났다.
윤서아는 다급히 풀이 죽어서 말했다.
“화내지 말아요, 지환 씨. 사람을 심다뇨.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그저 지환 씨가 또 다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몸조리 잘하고 있어요. 먼저 한성으로 돌아갔다가 나중에 또 올게요.”
병실 밖을 나온 윤서아의 눈빛은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박지환은 그녀에게 점점 더 짜증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박지환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마 민서희가 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알았더라면 당장이라도 민서희를 끌어갔을 테니 말이다.
이건 좋은 일이다.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걸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이내 경호원 중의 한 명이 다가왔다.
“윤서아 씨.”
윤서아가 박지환에게 꽂아 둔 사람이다.
윤서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요즘 이상한 움직임은 없었어?”
경호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방면을 말씀하시는 건지?”
“장시간 병실을 비워둔 적 없었어? 그리고 만나는 사람은 없었어?”
“없었어요.”
경호원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표님이 몸이 너무 안 좋으셔서 기분도 아주 저기압이세요. 매일 병실에서만 지내시고 어디도 안 나가셨어요. 그러다 오늘 어쩌다 산책하러 나가셨고요.”
“근데 침대 시트는 어떻게 된 거지?”
윤서아는 이 경호원을 아주 믿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수상한 점이 많다 보니 더 꼬치꼬치 캐물었다.
“계속 병실에서 지냈다면서 시트는 왜 그렇게 반듯한 거야?”
“대표님이 나가시고 바로 시트부터 갈았어요.”
그제야 윤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박지환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호텔로 사람을 보냈을 때도, 프런트 직원은 박씨 성을 가진 사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니 두 사람은 분명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민서희는 왜 매일 병원으로 오는 걸까?
“1106호 병실 알아봤어? 그 병실에는 대체 누가 있는 거야?”
경호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임진이라는 사람이에요.”
“임진?”
낯선 이름에 윤서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또 물었다
“다른 건 알아낸 거 없어?”
“네.”
경호원이 투덜거렸다.
“병원 정보 시스템이 너무 철저하다 보니 뭔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름만 알아냈을 뿐 얼굴도 못 봤어요. 동진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또 다른 동진에서 온 남자가 1106호 병실에 자주 들르더라고요.”
‘동진에서 왔다고?’
윤서아는 그제야 이 일이 박지환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박지환은 동진과 아무런 관계도, 협력사도 없었다.
하지만 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임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볼게. 그리고 넌......”
윤서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계속 말했다.
“전에 민영매처럼 하고 나타난 여자 이름이 뭐였지?”
“정만향이요.”
“맞아.”
윤서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 여자 딸이 아주 망나니거든. 아마 지금쯤이면 지환 씨가 준 돈도 다 써버리고 빈털터리가 됐을 거야. 그러니까 더 큰 돈을 들여서 그 여자 데려와. 아마 거절하지 않을 거야.”
민서희가 눈치채고 병원에 숨어든 거라면 그녀도 방법을 생각해 민서희를 유인해야 한다. 그녀가 병원 밖을 나서기만 하면 모든 일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