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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장 안 보여요

할 일이 없는 민서희는 테이블을 정리하고 또 침대에 누웠다.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상대는 왜 그녀를 노리고 있을까? 원하는 게 무엇일까? 그러다 점점 졸음이 몰려온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이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귀가 밝았던 그녀는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임진 오빠, 왜 그래요?” 임진은 잠시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별일 아니야.” “별일 아닌데 왜 그래요?” 민서희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어나실래요?” 임진이 숨을 몰아쉬자 민서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다급히 일어났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라니까요! 제가 여기 있는데 이렇게 움직이시면 어떡해요? 이러다 수술 부위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임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타이핑했다. “네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이야.” “왜 도와줄 수 없어요? 제가 비록 눈은 안 보여도 심부름은 잘할 수 있다고요. 어디에 있는지만 알려주시면 제가 찾아드릴게요. 정 못 찾으면 간호사님 불러도 되잖아요.” “서희야, 나 화장실 가고 싶어.” 민서희는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리더니 얼굴이 삽시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한참 만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화장실...... 화장실 갈래요?” “응.” 민서희는 긴장한 듯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 “전에는 어떻게 해결했어요?” “전에는 동연이가 있어서......” 임진은 도무지 그 해결 방법을 말할 수 없어 이렇게 말했다. “도구를 사용했어.” 도구라...... 민서희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버벅거리며 말했다. “그, 그러면 제가 간호사 불러드릴까요?” 임진이 물었다. “간호사들한테 다 보여주라고? 죽으면 죽었지, 그건 절대 안 돼.” 민서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당연히 남자의 자존심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민 끝에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제, 제가 도와드려요?” 임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임진이 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다급히 설명했다. “전 보이지 않아서 걱정할 거 없어요! 게다가...... 게다가! 어차피 임진 오빠를 돌보기 위해 왔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도와드리면 임진 오빠도 이제는 물 마음껏 마셔도 되잖아요!” 임진은 머뭇거리더니 휴대폰에 타이핑했다.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네!” 민서희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난 지금 환자를 돌보는 거야. 이상한 거 아니야! 그러니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자!’ “근데...... 그 도구는 어디에?” “침대 바로 아래에 있어.” 웅크리고 앉아 손을 더듬던 민서희는 겨우 신발과 비슷한 모양을 한 소변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뚜껑을 비틀며 물었다. “그러니까, 저...... 혹시 제가 임진 오빠의 그거를...... 여기 입구에 넣어야 하는 건가요?” ......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전 아무것도 안 보이는걸요? 하하하......” 민서희는 대체 누가 부끄러워하는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무튼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후딱 해치우는 게 낫다고 생각한 그녀는 임진의 이불을 홱 거두더니 손을 뻗어 임진을 허벅지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허리까지 손을 움직였다. 비록 며칠째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여전히 단단한 허리 근육에 민서희는 손끝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임진의 바지를 잡아당겼고 이내 손에 무언가가 튕기는 느낌이 들었다. 임진이...... 노팬티라니...... 민서희는 너무 난감해서 당장이라도 땅으로 꺼지고 싶었고 그녀의 얼굴은 곧 터질 것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미션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소변기를 가져다 댔다. 첫 번째에 성공하지 못하자 그녀는 또 두 번째로 시도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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