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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장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내 말이 그 말이야.” 만약 상대해야 될 여자가 유명한 미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못생긴 여자는 어디에서 굴러 박혀온 돌인지 어이가 없었던 리안은 이 결과에 승복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얼굴이 망가졌는데 임진 씨가 대체 뭐에 마음이 들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눈 안에 티끌이 들어갔나? 그리고 어젯밤에는 둘이 같은 병실에 있었어. 비록 같은 침대에서 잔 건 아니지만 두 눈 멀쩡히 뜨고 그 여자의 얼굴을 쳐다봐야 되는데 무섭지도 않을까? 나라면 놀라서 기절하겠어.” 민서희는 눈을 아래로 떨구고 손으로 얼굴을 더듬었더니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은 죄다 울퉁불퉁한 흉터들이었다. “임진 씨는 징그럽지도 않나 봐! 혹시 마음에 무슨 병이라도 있나? 아니 임진 씨는 그래 그렇다 치고 그 여자는 전혀 자기 판단을 못하나? 둘이 같이 서 있으면 미남과 야수잖아. 나중에 임진 씨가 손가락질을 받는 게 안쓰럽지도 않나 봐.” 두 사람의 분풀이가 칼로 민서희의 마음을 찌르고 있었다. 이런 비아냥들이 익숙해졌다고 느꼈던 민서희는 임진이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졸였다. 그녀는 실망스러움이 가득한 눈을 아래로 떨궜다. 하긴 나 같은 사람과 친구를 하기에도 벅찰 건데 연인이라니? 임진처럼 좋은 사람은 적어도 내놓으라 하는 명문 집안의 아가씨가 여자 친구여야지 절대로 내가 될 수는 없다... 민서희는 몸을 돌리자 정면으로 진동연과 부딪혔다. “민서희 씨, 혼자 여기서 뭐 해요? 임진이 나간 지 한참이 됐는데 안 돌아왔다고 해서 길을 잃은 줄 알았어요.” 진동연의 말소리가 작은 편이 아니라 리안과 리안의 친구도 자연스레 뒤로 돌아봤고 민서희를 발견하자 안색이 변했다. “못... 민서희 씨, 왜 뒤에서 아무런 기척 없이 남의 말을 엿들어요? 귀신도 아니고...” 제 발이 저린 리안의 목소리가 꽤 크게 나왔다. 진동연은 의심스러웠다. “무슨 말 했는데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먼저 반박을 한 리안의 친구의 말투에는 애초의 욕을 하던 기세가 하나도 없었다. “그냥 수다만 떨었어요.” “정말이에요?” 진동연은 이마를 찌푸렸다. 많이 지친 민서희는 괜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진동연 씨, 이 옷을 씻어야 하는데 세탁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요. 데려다주시겠어요?” 민서희의 이상한 안색을 눈치챈 민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세탁기를 찾아 빨래를 하러 가는데 민서희가 걱정거리가 있는 모양으로 정신이 혼미해 보였다. “민서희 씨, 괜찮아요?” 진동연은 참지 못하고 말을 건넸다. “기분이 꿀꿀해 보이는데 뭔 일 있어요?” “아니에요.” 민서희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마음에 꽁꽁 숨겨두고 털어놓지 못하면 병 결려요.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입으로 내뱉으면 시원해질 거예요. 제가 도와주지는 못해도 고민상담을 들어주는 사람은 되어줄 수 있어요.” “감사해요.” 이런 일을 진동연이 도와줄 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민서희는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제가...” “으악! 귀신이다! 흑흑흑흑! 엄마!”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 젊은 여성이 데리고 들어오던 아이가 민서희의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그 젊은 여성도 민서희의 얼굴에 멈칫 놀라 귀신이 혼을 뺏으러 온 것마냥 바로 아이를 꽉 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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