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9장 뭐라고 불렀어
임진의 타자하는 손이 떨렸다.
“지금 뭐라고 불렀어?”
민서희의 눈을 깜박거렸다.
“임진 오빠.”
임진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진동연 잠깐 나가 있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진동연은 눈치껏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
임진이 물었다.
“서희야, 내가 뭐 잘못했어?”
그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진 민서희는 심호흡을 거듭했다.
잘못? 임진이 뭘 잘못했겠어... 잘못한 건 분명 나인데, 본인의 신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임진과 친밀한 관계를 맺은 내가 잘못한 거다.
“그건 아니에요. 그냥 앞으로 임진 오빠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오랜 침묵이 흐르다 곧이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서희는 고개를 들고 깜짝 놀라 달려들었다.
“임진 오빠! 뭐 하는 거예요! 움직이면 어떻게 해요! 그러나 상처에 무리가 와요!”
임진은 눈을 감았다 뜨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내 죽음에 신경도 안 쓰는 줄 알았어.”
민서희는 가슴이 메여왔다.
“서희야, 그거 알아? 너하고 거리를 두느니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는 게 더 나아.”
민서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임진은 그녀가 갑자기 도망갈까 봐 한 손으로 민서희의 손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잡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알려주면 안 돼? 설마 내가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해.”
민서희는 마음이 쓰라렸다.
“왠지 오빠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될 거 같아서요.”
“이건 예전의 핑곗거리였잖아. 왜 이제 와서 또 이렇게 둘러대는 거야?”
민서희는 고개를 떨구었다.
“임진 오빠, 자꾸 강요하지 마세요. 나 같이 얼굴도 망가지고 이토록 엉망인 데다 마음도 너덜너덜해져서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도 없어요. 그냥 이 모든 게 오빠가 신경을 쓸 게 못 돼요. 저도 오빠가 진심이라는 건 잘 알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이 많이 신경이 쓰여서 견딜 수가 없어요. 오빠의 신분이 저한테는 큰 부담이에요.”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그게 진심이야?”
“네.”
임진은 손을 놓았다.
“미안해. 부담을 주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좋아하는 사람한테 구애하던 거였는데...”
민서희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렇다 해도 많은 괴로움이 찾아왔어요. 그러니까 우리 친구로 지내요.”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시간이 하도 오래 흘르다 보니 민서희가 임진이 잠에 들었을 거라 착각할 정도였었다. 그러다 그가 문득 말을 건넸다.
“시간도 늦었는데 호텔로 돌아가서 쉬어.”
“네.”
도중에 입을 다물고 있던 민서희는 방문 앞에 도착해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입을 열었다.
“진동연 씨, 내일 일찍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이 병원에 갈 수 없을지도 몰라서 그러는데 제가 준비가 됐을 때 전화해도 될까요?”
“그럼요!”
진동연의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전화번호 있어요? 제가 말로 알려드릴까요? 아니면 휴대폰 단축키에 저장해 드릴까요?”
“말하시면 돼요. 제가 기억력이 꽤 좋거든요.”
진동연의 전화번호를 적은 민서희는 문을 닫자 순식간에 바깥의 모든 소리가 차단되었다. 고요한 방에 있으니 고독함이 몰려왔다.
민서희는 침대에 누워 몸을 웅크리고 있었지만 손은 걷잡을 수 없이 얼굴을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