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0장 뭐라고 했는데요
그녀는 이 얼굴이 얼마나 흉측했을지 상상이 안 갔다.
아이가 울음을 터뜨릴 정도면 정말 엉망인가 보다.
스스로 조소를 하던 그녀는 임진을 떠올리자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
왜 그는 전혀 거리낌이 없는 걸까? 얼굴은 개의치 않아 하는 건지 아니면... 전여친에 대한 연민 때문에 얼굴이 이 모양이라도 받아들이는 건가?
만약 후자라면 민서희는 더욱 슬펐다.
4년 전에 윤서아와 비슷한 외모로 인해 박지환의 아내가 되었고 4년 후에는 또 눈이 멀었다고 임진의 안쓰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민서희의 전화를 받지 못한 진동연은 종업원에게 민서희를 잘 돌봐달라는 말만 남기고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문을 열자 잠을 설친 듯한 임진이 진동연의 뒤쪽을 향해 바라보았다.
“보지 마. 오늘은 안 와.”
임진은 시선을 거두며 한숨을 내쉬자 진동연이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밤새 잠을 못 잤어?”
“잠이 안 와서.”
임진은 자연스레 맞은편 침대에 시선이 갔다. 잘 정리되어 있는 침대에 왠지 그녀의 기운이 남아 있는 느낌에 안도감과 함께 심장이 촘촘하게 아려왔다.
민서희가 어제 낮에만 해도 멀쩡했는데 옷을 들고 나간 후에 모든 게 변해버린 상황이 그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임진 씨, 약을 드셔야 될 시간이에요. 어제 상처는 괜찮나요?”
이때 리안이 문을 두드렸고 카트를 밀고 들어오는 순간 진동연은 낯이 익은 그녀의 얼굴에 눈살을 찌푸렸다.
리안 역시 진동연을 발견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임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고 리안은 어제 뒷담화를 민서희가 고자질하는 바람에 들통났을거라 여겨 괜히 마음에 찔렸다.
그녀는 급급히 해명했다.
“임진 씨, 민서희 씨가 뭐라 했어요? 그것만 곧이곧대로 믿지 마세요! 저는 그냥 친구하고 투덜거렸던 것뿐이에요. 민서희 씨가 뒤에서 듣고 있을 거라는 건 전혀 몰랐어요. 알았으면 면전에서 그런 말은 못하죠...”
임진은 눈빛이 흐려지더니 아픔을 참고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뭐라 했는데요?”
리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임진이 몰랐던 거야?
그녀는 자신이 미리 폭로해 버린 행동이 후회스러웠으나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병원 일들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조금 무서운 얘기라 민서희 씨가 많이 놀랐나 봐요.”
진동연도 덩달아 쌀쌀맞게 대했다.
“그래요? 나도 현장에 있었는데 그쪽들 표정을 보아하니 뒤에서 남몰래 험담하다 들킨 사람들 표정이었거든요. 그게 어떻게 병원에 관한 이야기겠어요?”
리안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진동연 씨도 참 농담을 잘 하시네요. 무슨 그런...”
“솔직히 말하지 않아요? 수간호사를 데려와 감시카메라라도 확인해야 이실직고할 참이에요? 병원 감시카메라에 소리까지 녹음되는 걸로 잘 알고 있는데 제대로 조사에 나서면... 제가 알기로는 더 이상 이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을 수도 있을 건데요.”
반협박이 섞인 진동연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리안은 당황했다.
“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저도 별말은 안 했어요. 그냥 민서희 씨가 임진 씨가 미남과 야수마냥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그랬어요. 두 사람이 같은 병실에 있는데 임진 씨가 민서희 씨의 그 얼굴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게 참 의문이라고도 했고요. 그 외에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