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제발 날 떠나지 마

“박재혁, 정신 좀 차려봐! 제발 눈 좀 뜨고 대답 좀 해봐!” 이나연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박재혁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리 불러도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조용히 바닥에 누워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현준이 의사를 데리고 달려왔고 박재혁은 그대로 응급실로 옮겨졌으며 고현준이 현장 정리를 맡았다. 이나연의 팔에서 아직도 실핏줄처럼 붉은 피가 맺히고 있었지만 그녀는 치료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박재혁이 무사히 응급실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보기 전까지 그녀는 어떤 진통제도 어떤 치료도 필요하지 않았다. 응급실 앞 붉은 등만 켜진 차가운 그 공간에서 이나연은 속으로 끊임없이 기도했다. 만약 박재혁이 살아 돌아온다면 그녀는 그를 그렇게까지 미워하지 않을 것 같았다. 유성진도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왔고 이나연의 팔에 묻은 피를 본 순간 그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나연아, 지금 당장 치료부터 받자. 상처가 너무 깊어 보여.” 하지만 이나연은 고개를 떨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성진아... 난 지금 그 사람이 나오는 걸 기다려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 이나연은 자신의 목숨을 노린 그 음모의 중심에 바로 유성진의 친어머니 김미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유성진에게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나연은 자신 때문에 그가 가족과 갈라지길 바라지 않았다. 지금껏 유성진은 그녀를 위해 참 많은 걸 포기해 왔고 결혼 문제로 가족과 계속 부딪혀왔으니 아마 그도 꽤 지쳐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애써준 그에게 이제 와서 이런 상처까지 남기게 될 줄은 이나연도 몰랐다. ‘이제 그만 놓아줘야 해.’ 유성진은 이나연의 말투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직도 박재혁 씨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거야?” 이나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성진아, 미안해. 나 너랑 결혼 못 하겠어.” 그건 박재혁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