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싫어했다고?’
항상 고고한 자세를 유지하던 배선우는 성보람의 말에 자존심이 긁혀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재밌네. 나도 예전엔 너 꽤 싫어했거든.”
배선우는 셔츠 윗단추를 느슨히 풀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성보람, 오늘 밤 네가 한 짓이 얼마나 어리석고 충동적이었는지 알기나 해? 친구를 위해 화내고 복수하는 거, 그 순간은 시원했겠지. 하지만 뒤는 생각해 봤어? 내가 안 왔다면 네가 이렇게 무사히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아? 진태현도 진현아의 행동이 지나쳤다고 생각하며 널 그냥 놔줬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안색이 창백해진 성보람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선우 씨 덕분이라는 거 알아요.”
“알면 다행이고.”
배선우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진씨 가문은 소운시에서도 유서 깊은 명문가야. 진현아는 그런 집안에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란 귀한 딸이지. 그런 진현아의 얼굴에 케이크를 엎은 건 진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마찬가지야. 진태현이 마음만 먹으면 널 죽이는 건 개미 밟듯 쉬워. 하마터면 넌 정말 네 미래를 날릴 뻔했다고.”
“그래도...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저는 똑같이 했을 거예요.”
성보람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퉁퉁 부은 처참한 얼굴이 달빛 아래 훤히 드러났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별보다도 또렷하고 강인했다.
“전 피가 뜨거워서 정의롭지 못한 걸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배선우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사회에 찌든 그에게 정의나 뜨거운 피 같은 건 이미 버린 지 오래였지만 이 순간 성보람의 맑은 눈동자가 그의 가슴을 건드렸다.
“성보람, 실력 없는 정의는 그냥 어리석음일 뿐이야.”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전 아직 스물한 살이에요. 청춘은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성보람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10년 후, 20년 후엔 저도 세상에 물들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늘만큼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그 여자가 뭐라고 제 친구를 그렇게 업신여길 수 있죠? 왜 그 여자가 우리를 비웃고 짓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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