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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오빠, 빨리 나 좀 구해줘. 빨리!” 서아현의 비명에 고수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한편 큰 소동에 아래층으로 내려온 다미도 벽에 밀어붙여진 채 미친 듯이 귀싸대기를 맞는 엄마를 보고는 즉시 달려왔다. “나쁜 아줌마! 우리 엄마 놔요! 나쁜 아줌마!” 다미는 울면서 이 말만 반복했다. 한편 이미 이성을 잃은 나는 인정사정없이 다미를 밀어내고 계속해서 서아현을 때렸다. 서아현의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고 입가에 피가 가득해도 내 마음속의 원한은 풀리지 않았다. 내 아이가 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 모녀는 아이의 유골까지 이렇게 만든단 말인가? 한편 내 손에 밀쳐진 다미는 바닥에 넘어져 울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 강한 힘으로 내 팔을 잡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뺨을 때리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볼이 뜨거워졌다. 깜짝 놀란 얼굴로 표정이 굳은 채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바로 내가 다섯 살 때부터 스물다섯 살까지 좋아했던 남자, 고수혁이었다. 고수혁은 서아현 모녀를 위해 나를 때렸다. 이 모녀가 무엇을 하든 결국 벌을 받는 사람은 나였다. “세영아...” 고수혁도 자신의 이런 행동에 많이 놀란 듯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 “미안해, 그냥... 좀 진정하라고 말하려 했는데.” 나는 고수혁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한마디 물었다. “왜? 왜 아이를 지키고 싶은 내 작은 바람조차 파괴하는 거야? 내 아이 돌려줘. 이 여자더러 내 아이 돌려달라고 해!” 나는 당황하는 고수혁에게 소리를 지르며 갇힌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머릿속에 떠올라 비틀거리며 상자 옆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유골들을 다시 상자에 넣으려 했다. 하지만 유골들은 엎질러진 물처럼 집어 올릴 수 없었다. 나는 내 보물을 완전히 잃었다. 눈물이 바닥에 흩어진 유골 위로 떨어지면서 가루가 된 유골 입자들이 짙은 색으로 변하며 내 마음속의 아물지 않는 상처로 변했다. 옆에 있는 고수혁은 다미를 품에 안고 방금 넘어져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아기는? 고수혁은 한 번도 시선을 돌려 우리 아기를 보지 않았다.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는단 말인가? 하지만 결혼하자고 한 사람도 고수혁이었고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한 것도 고수혁과 그의 엄마였다. 그런데 지금 고통을 겪는 사람은 나뿐일까? 거실 소파 옆의 골프채를 본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골프채를 들고 불당으로 달려갔다. 모녀는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파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나는 고수혁의 가장 중요한 것을 파괴할 것이다. 고수혁이 나와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할 것이다. 골프채로 불상들을 하나씩 내리치자 금빛 불상이 즉시 깨지며 반짝이는 조각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 불당과 그 안의 모든 것들은 당시 고수혁이 전문가를 찾아 특별히 설계하고 많은 돈을 들여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들을 미친 듯이 파괴해 버렸다. 불상이 부서지고 파괴되는 소리는 마치 내 마음속의 외침과 같았다. 이게 대역죄를 지은 것이라도 상관이 없었고 벌을 받을지도 몰랐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벌을 받아야 한다면 벌을 받는 사람이 고수혁과 서아현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행동에 이내 눈치를 챈 고수혁이 불당에 도착했을 때 바닥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지만 나는 계속하여 미친 듯이 모든 것을 파괴했다. “윤세영!” 화가 많이 난 고수혁도 내 손에서 골프채를 빼앗아 한쪽으로 던진 후 또다시 뺨을 때릴 기세로 손을 들었지만 결국 내 뺨을 때리지는 않았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안 때려? 또 때려 봐!” 고수혁은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있는 힘껏 고수혁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 이것은 고수혁이 나와 아이에게 빚진 것이기에 맞아도 쌌다. 그리고 고수혁이 우리에게 빚진 것은 귀싸대기뿐만이 아니었다. 처음에 고수혁이 나와 같이 슬퍼하고 내 아픔을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나 또한 지금과 같은 미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수혁은 서아현과 다미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내 아이를 위해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고수혁은 입가의 피를 핥으며 싸늘한 소리로 지시했다. “미쳤어? 아주머니! 윤세영 당장 방으로 데려가세요. 진정할 때까지 밖으로 내보내지 마시고요.” 방금 감정 소모를 너무 한 탓에 더 이상 반항할 힘이 없었던 나는 터덜터덜 걸어 내 방으로 돌아갔다. 뒤돌아서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서아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내 얼굴 이렇게 됐는데... 다음 달 촬영 어떡하지? 다미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윤세영 씨는 어떻게 이렇게 어린 다미한테 저렇게 크게 화를 낼 수 있어? 미친 사람처럼 말이야!” 고수혁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다미는 아이라고 쳐도 너는? 너는 어른이야, 다미가 함부로 행동할 때 뭐 했는데!” ... 방으로 돌아온 뒤 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며 유골 상자를 들고 들어온 유영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 지시로 최대한 많이 쓸어 담느라 했는데 고작 이것밖에 안 되네요.” 눈앞에 놓은 망가진 유골 상자와 잔뜩 줄어든 유골들을 바라본 나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떨리는 손으로 계속해서 그 상자를 쓰다듬었다. “그때 땅에 묻어야 했었는데... 내가 이기적으로 옆에 둔 바람에 이렇게 됐어요... 그냥 옆에 두고 싶었어요. 어둠 속에 혼자 둘 수 없어서 그런 건데...” 말을 마친 나는 심장이 칼로 도려낸 것처럼 아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유영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했다. “사모님, 아가씨도 분명 이해할 거예요. 그리고 자기 엄마가 본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아주머니, 고마워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유영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조금 전 유영자가 서아현을 막지 않았다면 이 유골들조차도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잠시 후 유영자는 저녁 식사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대표님이 다미를 밥 두 시까지 거실에 벌을 세웠어요. 그리고 서아현 씨를 혼내는 소리도 들렸어요.” 나는 그저 소리 없이 피식 웃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에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할까? 이 순간 내 마음은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통유리창을 통해 호화로운 큰 별장을 바라보았지만 이곳은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별장에 사는 사람 중 유일한 외부인은 나뿐이었다. 노트북을 열어 고수혁이 바람피운 사진들을 반복해서 보았다. 고수혁이 다른 여자를 깊이 사랑했다면 나에게는 그보다 더 냉정했다. 바로 그때 문 잠금 소리와 고수혁의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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