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가슴 한복판에 날카로운 통증이 꽂혔다.
한때 나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그 소년은 이미 시간의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내 앞에 남은 이 흉측하게 일그러진 남자는 대체 누구일까?’
그때 박인주는 부드럽게 내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타일렀다.
“세영아, 사실 결혼생활이란 원래 다 이런 법이란다. 나도 네 아버지와 평생을 함께 살아오면서 불화가 많았어. 하지만 때로는 여자인 우리가 적당히 눈을 감아줄 줄도 알아야 한단다.”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박인주는 말을 이었다.
“너만 굳게 고씨 가문 사모님의 자리를 지키고 수혁의 마음을 붙잡아 놓기만 한다면 서아현 같은 여자는 고작 애인에 불과하고, 그 아이도 그저 사생아일 뿐이야! 그자들은 절대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없어!”
윗세대의 사고방식이 나의 한두 마디 말로 바뀌리라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비록 고수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지만 박인주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방금 하신 말씀을 잘 생각해 볼게요. 저 여기에 혼자 조용히 머물고 싶어요.”
박인주는 내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엄마는 이만 가볼게.”
그녀가 떠난 후 나는 이 작은 방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며 그 모습을 기억 깊은 곳에 영원히 새겨 두었다.
그러고는 방 안에 가득 매달린 풍경들을 하나씩 힘껏 잡아 뜯기 시작했다.
하나를 뽑아낼 때마다 그 느낌은 마치 고수혁의 배신을 알았을 때 느꼈던 그 뼈를 도려내는 고통과 같았다.
‘하지만 고통을 견디며 썩은 뼈를 도려내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살과 피가 자라나겠어?’
그 후 나는 그 풍경들을 모두 정교한 선물 상자에 담았다. 가장 위에는 내가 서명을 마친 이혼 합의서를 놓았다.
고수혁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미 서아현과 공개적으로 연인 관계를 발표한 이상 이 이혼 합의서는 그에게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될 것이다.
‘결국 내가 먼저 물러나 주어야, 고수혁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제때 정식적인 명분을 줄 수 있겠지.’
고수혁의 생일 전날 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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