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그 말을 들은 임이서는 의아한 듯 미간을 구겼다. 그녀가 알기로는 임도현의 약혼자가 귀국한 지 꽤 오래되었고 귀국했을 때도 약혼자는 이렇듯 충동적으로 임도현을 찾아가는 일은 지난 생에도 없었다. 비록 임도현이 밉긴 했지만 그의 약혼자는 머리도 똑똑하고 아량도 넓으며 기품이 흘러넘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소꿉친구였던지라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약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임도현은 그녀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을뿐더러 언어 폭행을 일삼았다. 결국 상처받은 그녀는 바로 유학을 떠났다. 5년 내내 그녀는 돌아온 적 없었고 임도현을 찾아온 적도 없었다.
나중에 가게를 차리고 임도현과 협력할 때에야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때의 임이서는 임도현이 상대와 순조롭게 결혼하리라 생각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점점 쌓이면서 결국 파혼하고 말았다. 이 사실도 임이서가 지난 생에 정신병원에 갇히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한편 임지성은 무대 아래에 모인 수습기자들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핸드폰이 울리며 임효진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
[오빠,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내가 새언니한테 그 기자들을 따돌려 달라고 부탁했으니까.]
임지성은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역시나 자신을 걱정해주는 건 임효진뿐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가 3등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임효진이 이런 그의 마음을 알고 미리 손을 쓴 것이다. 그는 임효진이 이렇게까지 똑똑할 줄은 몰랐다. 임도현의 약혼자를 이용해 기자들을 따돌리다니.
그는 고개를 들어 임이서를 보았다. 적은 수의 기자들을 보고는 불만이 있는 그녀의 모습에 임지성도 불쾌해졌다. 임효진과 임이서는 같은 동생이었건마는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 말이다.
‘고작 1등 한번 한 거 가지고 요란하게 구네!'
고개를 돌린 연정우는 미간을 찌푸린 임이서를 발견하고 작게 말했다.
“아니면 내가 주최 측에 말해서 시간을 조금 미뤄달라고 할까? 그 기자들이 온 후에 시작하자고 말해줘?”
임이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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