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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이 말이 떨어지자 황천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풀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황제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여봐라. 당장 우 부인이 말한 곳으로 사람을 보내어 확인해라!” “폐하! 폐하, 소신 억울하옵니다.” 황천해는 절망적으로 기어가 황제의 용포를 잡았으나 발길에 차여 멀리 굴러갔다. 조금 전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던 서명훈은 이제 감히 입을 열지도 못했다. 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서 대인...” “모두 이년이 잘못했습니다. 정윤이가 우 부인을 모욕했으니 매를 맞아 마땅합니다. 더는 추궁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추궁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까? 그럼 다행입니다.” 나는 손을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으나 비틀거려 쓰러질 뻔했다. 다행히 곁에 있던 우혁수가 나를 붙잡아주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 뒤 그의 손을 뿌리쳤다. “저를 부축하지 마세요.” 말을 마치는 순간, 다시 누군가가 나를 부드럽게 부축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니토 왕자가 나를 부축했음을 알게 되자 나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 누군가가 나를 잡아당겼다. 격한 흔들림에 머리가 점점 어지러워지더니, 결국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어 버렸다. “폐하께 아뢰옵니다. 도성의 동쪽에 있는 영천동 밖에서 식량이 발견되었사옵니다. 조사 결과 이는 확실히 국경으로 보내진 식량이옵니다.” 황천해는 이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져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황제는 크게 분노했다. “여봐라! 공부상서가 직권을 남용하여 이재민에게 줘야 하는 식량을 횡령했으니 가산을 압수하고 관직을 면한다. 이 일을 깨끗이 조사하라.” 잠결에 나는 목이 너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어 다정과 다영을 부르려고 했으나, 목이 불에 탄 것처럼 뜨겁고 아팠다. 조금만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너무 아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일어나야만 했으나 이불을 걷자마자 차가운 바람이 스쳤다. 순간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그러나 고개를 숙여 보니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속옷만 입었지? 저고리는 어디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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