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이 여자는 총이 있어.

나는 말없이 구소연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침착하자고 외쳤다. 주승안이 보낸 여성 경호원은 이미 쓰러져 있었다. 경호원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구소연 쪽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결국 당해 내지 못하고 기절한 모양이었다. 이제 화장실 안에는 나 혼자만 남은 것 같았다. 구소연이 이미 화장실 내부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듯했다. 내 처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이 상황에서 예전 화림에서 구소연이 내게 약을 먹인 걸 떠올렸다. 구소연은 예전부터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정신적으로도 좀 이상하다는 의심이 드는 여자였기에 더더욱 조심해서 대해야 했다. 나는 겉으로는 침착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전력을 다해 경계하며 최대한 차분하게 질문을 던졌다. “뭘 하려는 거야?” 구소연은 혀를 차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널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려는 거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소연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속내를 드러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너도 알잖아. 난 지금 주씨 가문에 인정받았어. 주진수한테도 인사했단 말이야. 네가 날 건드리면 곧장 주씨 가문이랑 맞붙게 될 텐데... 그게 겁나지도 않아?” 구소연은 냉랭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맞붙으면 죽으면 되잖아. 어차피 난 지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나는 말문이 막혔다. ‘무슨 소리지? 설마 그때 약 맞고 진짜 후유증이 남은 건가?’ 그렇다고 물어보기도 곤란했다. 괜히 건드렸다가 구소연이 폭주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질문 방향을 바꿨다. “넌 무섭지 않을지 몰라도 네 가족은 그렇지 않을 거야. 넌 네 가족 생각도 하지 않아? 그날 난 네 오빠를 봤어. 널 진심으로 아끼더라.” 갑자기 구소연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내 말을 끊었다. “그 사람 얘기하지 마. 날 정말 아꼈다면 내 복수부터 해줬겠지. 왜 나한테 그만하라고 하냐고.” 그제야 나는 그동안 구소연이 날 건드리지 않은 게 구소연 오빠가 제지했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나로선 고마운 일이지만 구소연 입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