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조유나는 컴퓨터 화면의 데이터 모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실험실에서 시간을 잊고 야근하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굵은 빗방울들이 유리창에 맹렬히 부딪히며 빗소리를 냈다.
그녀는 짐을 정리하고 실험실 문 앞까지 걸어갔지만 쏟아지는 비를 보며 난감해졌다. 아침에 나올 때는 맑은 하늘이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변할 줄이야. 우산조차 가져오지 않았다.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지하철역으로 달려가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뒤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조유나가 뒤돌아보니 고윤재가 커다란 검은 우산을 받치고 복도 끝에 서 있었다. 바짓단은 진흙 물로 젖어 있었고 안경 렌즈에는 얇은 수증기가 꼈다.
“교수님? 벌써 가신 줄 알았는데요?”
그녀는 의외라 생각했다. 오후 다섯 시 넘어서 그가 노트북 가방을 메고 실험실을 나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고윤재는 손을 들어 얼굴의 빗물을 닦아냈다. 안경 너머의 시선은 그녀의 손에 들린 폴더에 머물렀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막 학교를 나서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어. 네가 분명 우산을 안 가져왔을 거로 생각해서 걱정돼서 돌아왔지.”
그는 우산을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사는 곳이 네 기숙사 근처인데 집까지 바래다줄까?”
조유나는 그의 머리카락 끝에 묻은 빗물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따뜻한 기류가 흘렸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수고스럽겠지만 부탁드릴게요.”
두 사람은 나란히 빗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산은 컸지만 비가 너무 거세게 내렸다. 젖지 않기 위해 거리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조유나는 그의 어깨가 가끔 자신의 어깨에 닿는 것을 느꼈고, 얇은 옷감을 통해 따뜻한 감촉이 전해졌다.
살짝 고개를 돌린 그녀는 그의 평온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빗소리와 함께 묘한 평온함이 느껴졌다.
심장이 이유 없이 반 박자 빠르게 뛰는 걸 느끼며 조유나는 서둘러 시선을 옮겨 길가에 있는 비를 맞고 있는 나무를 보는 척했다. 코끝에는 그의 은은한 향수 냄새가 맴돌았고, 비 온 뒤의 신선한 공기와 섞여 유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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