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밤에 봐요
처음에 백아린은 단지 강태준이 계속 물고 늘어질까 봐 겁이 나서 순간 머리가 하얘져선 그냥 기절한 척한 거였다. 그런데 웬걸 강태준이 눈치도 못 채고 병원에 데려가겠다며 달려들 줄이야.
그녀가 지금 깨어나면 분명 맞아 죽을 거고, 그렇다고 계속 기절한 척하면 그건 그거대로 또 맞아 죽는다. 수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스쳤다가 사라지고 한참의 내적 사투 끝에 백아린은 결심했다.
‘그래, 이건 연기력 시험이야!’
“케헥... 케헥...”
백아린이 힘겹게 기침을 두 번 하고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더니 눈앞의 강태준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
“여... 여긴 어디예요? 뭐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강태준은 그녀가 깬 걸 확인하자 눈 속 깊이 숨겨둔 걱정이 조금씩 걷혔다. 그는 그늘진 가로수 아래서 백아린을 안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방금 기절했어.”
“아...”
백아린은 뭔가 떠올리려는 듯 잠깐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하더니 마치 이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기절했다고요? 아, 그때 머리가 좀 띵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그러니까 내려 주세요.”
“아니야. 앞에 있는 병원 가서 검진부터 받자.”
강태준의 어조엔 단호함이 묻어 있었고 그는 여전히 백아린을 안은 채 묵묵히 걸었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지만 발걸음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묵직하고 흔들림 없는 그의 모습은 마치 든든한 산 같았다.
하지만 백아린은 황급히 그의 팔을 붙잡고 제지했다.
“정말 괜찮다니까요. 그냥 놀라서 그랬던 거예요. 아무 문제 없어요. 못 믿으시겠으면 보세요.”
그녀는 강태준의 품에서 내려와 멀쩡함을 어필하듯 그 앞에서 빙글빙글 두 바퀴 돌았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백아린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강태준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눈빛이 깊어졌다.
“두통, 다리 힘 빠짐, 갑작스러운 실신은 빈혈, 심장병, 다른 합병증 때문일 수도 있어. 후유증 남기 싫으면 병원 가서 정밀검사 받아야 해.”
그는 백아린의 손목을 잡고 병원 쪽으로 끌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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