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네가 먼저 끊어
젊은 판매원은 이씨 판매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이 학생 옷차림이나 말투를 봐도 이 블랙카드의 진짜 주인 같진 않잖아. 혹시 길에서 주운 거 아니야? 우리도 고객의 권익을 보호해야 해. 카드 소유자 본인의 확인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어.”
이 말을 들은 백아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이 카드는 강태준이 첫 만남 때 선물 더미 속에 던져 넣었던 것이었다.
백아린은 전생에서부터 이 카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백시연이 백씨 가문으로 돌아간 뒤 아무리 시도해도 받지 못했던 바로 그 블랙카드였다.
하지만 백아린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카드 약관엔 이런 규정이 없었다.
이씨 점원은 명백히 거짓말을 하는 거였다.
그러나 백아린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방소희가 먼저 말했다.
“백아린, 왜 인상을 쓰고 있어? 설마 진짜 주운 거야?”
그러면서 방소희는 이씨 점원을 향해 말했다.
“뭐 해요? 당장 카드 주인에게 전화해 확인해야죠!”
“네.”
이씨 점원은 계산대로 걸어가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봤다.
카드에는 소유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었다. 이씨 점원은 바로 매장 전화기로 전화를 걸었다.
그때 곁에 있던 젊은 점원이 조심스럽게 컴퓨터 화면을 가리켰다.
“여기 크게 쓰여 있어요. 카드 소유자에게 마케팅이나 어떤 이유로도 임의로 전화해선 안 된다고요.”
부유한 사람들의 시간은 곧 돈이었다. 괜히 한 통의 전화로 큰 계약을 방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씨 점원은 그런 말엔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 연결음을 들으며 의기양양하게 백아린을 바라보았다.
이씨 점원은 백아린이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큰 실적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바엔 차라리 모두 무산되기를 바랐다.
그때, 전화가 연결되었다.
곧이어 낮고 매혹적인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시죠?”
짧은 한마디였지만 낮고 묵직하며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였다.
현장에 있던 여성들은 그 소리만 듣고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치 고막이 녹은 것 같았다.
최금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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