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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더는 네 발목 잡지 않을게

백아린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 원래 송유진을 데리러 가려 했는데 돌아온 후 잊고 말았다. ‘만약 진짜 송유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그때, 위에서 사람의 실루엣이 흔들렸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웠다. 모두가 놀라 뒤로 물러섰고 일부 교사들은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경찰과 구급대원은 출동 중이었지만 도로가 막히면 도착까지 최소 20분은 걸렸다. 하지만 그 20분 안에 정은숙이 떨어질 수도 있었다. 교장이 황급히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훑어보더니 지시했다. “모든 반에 전달해서 학생들 이불을 들고 오게 해. 바로 이 밑에 깔아! 그리고 위로 올라가서 정은숙 씨를 진정시킬 사람 한 명이 필요해. 가능한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해!” 여러 교사가 반으로 뛰어가 이불을 챙겼고 현장에 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침묵했다. 그 누구도 정은숙을 진정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사람들 틈에서 맑고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갈게요.” 모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백아린이었다. 몇몇은 비웃기 시작했다. “너 같은 얼굴에 온통 발진 난 애가 올라가면 원래 안 뛰려던 사람도 놀라서 뛰어내릴걸?” “그러니까, 넌 성적도 형편없는데 누굴 설득하겠다고.” “송유진을 그렇게 몰아붙인 건 너잖아. 걔 어머니가 이 지경이 된 것도 너 때문인데, 네가 가면 오히려 자극하지 않겠어?” 백아린은 담담하게 말했다.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죠. 제가 해볼게요.” 말을 마친 백아린은 차분하고 고상한 발걸음으로 빠르게 위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교장과 선생님들은 막지 않았고 속으로 제발 백아린이 그녀를 잘 설득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학교에서 사고가 나면 학교 평판은 끝장이었다. 입시도 뭐도 물 건너갈 것이다. 백아린은 가장 빠른 속도로 옥상에 도착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나가자 난간 너머에 있는 정은숙은 이미 몸을 밖으로 넘긴 상태였다. 그 가냘픈 몸은 바람이라도 불면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웠다. 백아린의 심장은 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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