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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한지석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하다

추금선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준아, 미안하게 됐네. 옥희가 이렇게 심술궂어질 줄은 몰랐어. 너무 창피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아니에요. 재료가 아직 좀 남았으니 더 준비하면 되죠.” 강태준은 그렇게 말하며 문 쪽을 바라봤다. 한지석은 눈치 빠르게 다가오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백아린은 놀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지석 씨, 요리도 할 줄 알아요?” “대표님이 자주 출장 가시고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시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음식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한지석이 걸음을 멈추고는 공손히 대답했다. 백아리는 뜻밖의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준 씨는 보통 5성급 호텔에만 있잖아요. 거기 셰프들 실력이 엄청날 텐데. 그런데도 입맛에 안 맞다고요? 그럼 지석 씨 요리 실력이 미슐랭 셰프급이라는 말이잖아요. 손도 빠르고 머리도 좋고, 일도 척척 잘 해내시고. 기획도 잘하고. 완벽한데요? 지석 씨랑 결혼할 여자는 정말 복 받았네요!” “에헴...” 한지석은 휘청이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저 먼저 요리하고 있을게요.” 그러고는 허둥지둥 도망치듯 사라졌다. 강태준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방 안 분위기도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백아린은 차 안에서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또다시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더니 오히려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띤 채 강태준을 바라봤다. “태준 씨, 지수랑 지석 씨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요? 지수는 순수하니까 지석 씨처럼 든든한 남자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반면에 지석 씨는 좀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이잖아요. 둘이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축의금도 절반 아끼고, 좋지 않을까요?” “지석이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 주고 싶었던 거야?” 강태준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백아린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태준 씨랑 오래 일하지 않았어요? 이제 여자친구도 찾아야죠.” “좋은 생각이네.” 강태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한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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