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내가 선택한 사람
백아린은 활짝 웃더니 빙글빙글 돌면서 물었다.
“네. 어때요? 예쁘죠?”
강태준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
백아린이 제자리에서 돌면서 드레스 뒷모습이 드러났다.
깊게 파인 V라인이 아래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그녀의 매력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광택 있는 실크 소재 덕분인지 오히려 세련되고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강태준이 알고 있기로, 백아린은 어려서부터 강영에서 자란 아이였다.
강영은 소박하고 한적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어떻게 이런 세련되고 감각적인 옷을 만들었을까?
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백아린이 웃으며 말했다.
“내 능력에 감탄했죠? 나 천재 맞다니까요. 머릿속에 별별 기발한 아이디어가 다 떠올라요. 이 드레스도 그냥 내가 상상한 걸 스케치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할머니한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렇게 예쁘게 나올 줄은 몰랐네요.”
강태준은 그녀가 내놓았던 수많은 디자인을 떠올렸다.
어디서 본 적 없는, 온전히 그녀만의 독창적인 것들이었다.
그는 잠시 의문을 거두고는 말했다.
“옷 가게 이름 생각해 달랬잖아. 벌써 생각해 냈어.”
“정말요? 뭔데요?”
백아린은 기대에 찬 눈으로 그를 보더니 옆에 바짝 앉았다.
그녀도 아이디어가 많은 편이긴 했지만 이번에 만들 옷은 고급 브랜드라 이름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범상은 어때?”
짧게 건네는 그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범상이라...”
백아린이 그 이름을 되뇌더니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활짝 지어 보였다.
“좋아요. ‘비범한 생각’이라는 뜻도 있고, 또 한자 ‘범(梵)’이 주는 고결한 이미지까지 마음에 드네요. 발음도 예쁘고. 역시 대표님이라 그런지 포스가 남다르시네.”
“너만 괜찮다면 강운 그룹 산하로 넣어줄 수도 있어. 강운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는 거지.”
“정말요?”
백아린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고급 의류 시장은 브랜드가 전부였다.
무명 브랜드라면 발붙이기도 힘들 것이지만 ‘강운’이라는 이름이 달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류층 아가씨들이 서로 사겠다고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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