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압도적인 1위
백아린은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했지만 굳이 북적이는 데로 가지 않고 운동장 한쪽 화단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어차피 조금만 있으면 성적이 발표될 테고 터져 나올 아이들의 환호나 탄식 소리만 들어도 결과는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때 강화진, 양민지, 방소희 세 사람이 걸어오더니 방소희가 비웃듯 말했다.
“왜? 성적 보러 갈 용기도 없어서 여기서 바람만 쐬고 있는 거야?”
이번 내기는 오로지 백아린이 1등을 하느냐 마느냐였고 방소희는 애초에 그 8만 원 돈에도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 백아린이 1등을 할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민지와 방소희가 비아냥거리자 백아린은 눈길을 비웃듯 그들의 얼굴 위로 흘렸다.
“어디 집 개가 목줄도 안 하고 풀려나와서 아침부터 여기저기 짖고 다니는 거야?”
“너! 백아린, 이 싸가지 없는 년!”
방소희는 당장 달려들 기세였지만 전에도 두 번이나 당했던 걸 떠올리자 결국 이를 악물고 손을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
“곧 성적 발표될 텐데 지켜봐. 운동장 바닥에 엎드려 기어다닐 때, 울면서 매달리지만 마.”
“이것도 준비해 놨거든.”
양민지가 들고 있던 옷을 휙 던졌다.
그건 두꺼운 기모 재질의 거북이 탈이었다. 머리에는 털로 만든 거북 머리 모자가 있고 손발에는 거북 발 모양의 긴 덮개가 달려 있었다. 게다가 등에 메는 거북 등껍질은 크고 무겁기까지 했다.
‘이걸 입고 운동장을 한 바퀴 기어야 한다니 사람 잡을 생각이구나.’
백아린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세 사람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방소희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내가 알아 오라 한 건 어땠어?”
“걱정하지 마. 선생님한테 직접 확인했어. 아직 백아린 시험지는 채점 중이지만 도윤재는 일곱 과목 전부 만점이래. 그리고 우리 화진이는 국어에서 문장부호 하나만 틀려서 99.5점. 즉, 백아린이 전 과목 만점을 받아야 도윤재와 공동 1위가 되는 거지. 그나마도 우리가 ‘전교 1위’라고만 내기했잖아. ‘공동 1위’는 아니라니까, 꼬투리 잡으면 돼.”
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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