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교무실에 불려 간 백아린
백아린은 마음 한구석이 불안으로 가득 찼다.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순간 소지훈의 단호하고 명령조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백아린!”
백아린은 놀라서 다시 돌아보며 최대한 평범하게 웃었다.
“어? 나 불렀어? 무슨 일 있어?”
소지훈은 천천히 다가오며 살짝 기분이 상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우리 사이의 약속 잊은 거 아니지?”
그의 강단 있고 당당한 태도에는 묘하게 오만한 기운까지 섞여 있었다. 주변의 여자애들은 이미 상상 속에서 수십 편의 캠퍼스 로맨스를 써 내려가는 눈치였다.
‘약속? 도대체 백아린 같은 애가 학교 짱 소지훈이랑 무슨 약속을 했다는 거야?’
그런데도 강화진, 방소희, 양민지 등은 씁쓸하게 입술을 깨물며 손을 꽉 쥐고 있었다.
특히 강화진은 말로 다 표현 못 할 괴로움에 휩싸여 있었다. 좋아하던 도윤재도 자신만의 자랑이던 공부도 이제는 심지어 소지훈의 관심까지 백아린이 다 차지하는 것 같아 더 속상했다.
‘언제부터 내 인생이 이렇게 하나하나 백아린한테 빼앗겼지? 왜 하필 저런 얼굴로 대체 뭐가 잘났다고...?’
백아린은 민망하게 이마를 긁적이며 말했다.
“약속...?”
자기와 소지훈 사이에 무슨 약속이 있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소지훈 뒤로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우르르 따라오는 게 눈에 들어오자 백아린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 혹시 그거 말하는 거야? 네가 이번 시험에서 평균 70점 넘기면 내가 네 선생님 해준다고 했던 거?”
“맞아. 내가 누군데? 마음먹으면 못 할 게 없지.”
소지훈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당당히 말했다. 그는 백아린 앞으로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자 이게 내 자그마한 성의야. 오늘부터 넌 내 선생님이야.”
백아린은 순간 얼이 빠져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지훈은 학교에서 제일 말썽꾸러기에 공부에는 관심도 없던 애였고 초등학생 문제도 못 풀어서 교장인 아버지 소영철을 늘 애태우게 만들던 학생이었다.
솔직히 소지훈이 평균 70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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