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3화
온채하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배승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요즘 계속 머리 아프다고 했으니까 진통제 좀 챙기고 다녀. 또 어디 가서 쓰러지지 말고.”
“응.”
배승호는 세면대에 튄 물방울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감정이 담긴 눈빛을 했다.
온채하는 재빨리 식사를 마쳤다. 아직 아침 6시 반밖에 되지 않았다. 본가까지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곳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정원으로 가서 꽃을 보기로 했다. 적어도 그렇게 되면 배승호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되었다.
7시 20분이 다 되어서야 온채하는 차를 몰고 출발했다.
본가에 도착한 온채하는 이곳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을 애써 꾹 누르며 거실의 벨을 꾹 눌렀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김연주였다. 그녀는 몸 상태가 나빠진 이후로 쭉 2층에만 머물러왔다.
“할머니.”
김연주는 손을 들어 온채하의 손을 잡고 토닥여주며 말했다.
“가자.”
온채하는 짧은 시간 안에 훨씬 수척해진 김연주의 모습에 씁쓸해졌다. 배승호가 해외까지 가서 데려온 국제적인 전문가들이나 의사들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김연주는 정말로 마지막까지 힘을 쥐어짜 내고 있었다.
온채하는 아픈 마음을 숨기며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김연주에게 안전벨트를 묶어주면서도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
차는 수백 미터를 달렸고, 김연주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영감탱이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다 알고 있어. 그이는 배씨 가문의 명성만 신경 쓰는 사람이니까. 나는 지난 세월 동안 그이 옆에 있으면서 정말 많이 후회했어.”
김연주는 원래부터 활발한 편이었고 배승호와는 말다툼도 했었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진지했다.
“채하야, 배승호가 진여울 애를 유산시켰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넌 승호 본인한테 물어봤니?”
“네, 물어봤어요. 본인 입으로는 아니라고 하던데, 진여울 씨는 승호가 처음부터 그 아이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김연주의 눈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내가 승호 걔를 변호해 주려는 게 아니라...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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